책은 작고 가볍지만, 다루는 이야기가 무척 묵직하다. 책의 두께는 얇은 편이지만, 페이지가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대한민국이라는 땅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이 바글바글 모여 있는 도시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강남역에서, 신촌역에서 그토록 많은 사람들과 옷깃을 스쳐지나가면서도 우리가 존재하는 공간 그 자체에 주목하지는 않았다. 저자는 묻는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도시의 주인은 누구인가?
<도시에 대한 권리 - 도시의 주인은 누구인가>(책세상, 2010)은 이런 물음을 던지는 책이다.
2008년 여름에 있었던 촛불집회는 서울광장에서 열렸지만, 이후 사람들이 광장에 들어가는 것은 무척 어려워졌다. 잔디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이다. 광장이 누구의 것이냐에 대한 논란이 언론을 통해 기사화되었고, ‘광장’이라는 단어는 기존의 뜻과는 약간 다른 미묘한 차이를 가지게 되었다. 2009년에는 철거 반대 농성을 벌이던 사람들이 용산에서 목숨을 잃었다. 자신이 살아가던 공간에 대한 권리, 즉 권리금을 받지 못하여 항의하기 시작한 것이 사건의 시작이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되었는지 그 누구의 설명도 성난 여론을 잠재울 수는 없었다.
저자는 “지금 우리의 도시적 삶은 행복한가? (175p)”라고 묻는다. 만약 행복하지 않다면, “도시가 총체적 삶의 터전이 아니라 단지 거주처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도시는 그 자체가 자본주의 사회 그리고 물질주의의 산물일 수 있으나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마저도 물질로 변화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즉 ‘도시’라는 공간이 보이는 차갑고 건조한 특성에서 벗어나 그곳에서 공존하고 있는 사회적 약자, 소수자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는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를 하나의 공동체로 만들어낼 수 있다.
저자가 제안하는 것은 우리가 평소에도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는 주제들이다. 이를테면 휠체어를 타고 다녀야 하는 장애인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권리, 현재 우리나라에 체류하고 있는 이주 노동자들이 도시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권리 등이다. 우리는 지금껏 매일 도시로 출근하고, 공부하고 복닥거리며 살아왔다. 이제는 연말연시의 명동역에서처럼 인파에 휩쓸려 허둥지둥 갈 곳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기보다는, 우리가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한 공간이 실제로 도시의 모든 구성원들과 공유되고 있는지 고민해야 할 때이다.
[북데일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