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은 마약을 팔아서 나이키를 사고, 부자들은 나이키를 팔아서 마약을 산다.' 프레데릭 베브더의 소설<9.99파운드>중.
촌철살인이 번뜩이는 문장 같은가?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다르다.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극적이지만 '알맹이 없는 가짜 지혜'다.
이 책 <가짜 논리>(한겨레출판사,2011)는 책이나 잡지, 방송, 정치인, 유명인들의 공개된 문장에 대한 논리적 빈틈을 지적한다. 77가지 그럴듯한 말들의 오류를 따져 함정에 빠지지 않고 분별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면 위의 마약 이야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꼬집는다.
[가난하다고 다 마약을 거래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사실상 대부분의 마약이 가난한 사람들 사이에서 유통되며, 그들은 마약중독에 빠져 빈곤을 탈피하지 못한다... 그러나 지식인들에겐 가난한 사람들이 탐욕스런 기업의 피해자라는 시각이 더 매력적이다.]-본문133p
아무렇지도 않게 흘려 들었던 뉴스보도에도 드러나는 논리적 오류도 지적한다.
[미국은 한 학교에서 학생 네 명과 교사 한 명이 사망한 총기 사고에 경악했다. 사람들은 이런 일이 두번 다시 일어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BBC뉴스온라인]
불가능한 일이 의무가 될 수 있을 까? 어떤 일을 실제로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런데 이렇게 명백한 논리가 무시되기 일쑤다. 총기 사건 같은 일의 재발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 어떤 사회도 현실적으로 그걸 장담할 수 없다.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당위'인 것이다.
[세계적인 여자 장거리 육상 선수인 폴라 래드클리프가 아테네 올림픽의 두 종목에서 기권했을 때, 사람들은 그녀가 더 좋은 성적을 올렸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그게 래드클리프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을 거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본문100p
논란의 여지가 많고 부정확하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할 수 없는 일은 해야 한다고 말할 수 없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수많은 오류의 법칙들을 외우기는 어렵다. 하지만 타인의 오류를 통해 자신의 오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을 수는 있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문장들을 지금부터 다시 보는 것은 어떨까?
[김지숙 시민기자, arkj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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