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으로 만나는 걸작 종합예술, 그 묘한 매력…
메트 오페라 시즌 개막작 ‘나비부인’전세계 1500여곳서 동시 상영
객석서 볼수 없는 부분까지 조명
인터미션엔 무대 뒷얘기·인터뷰도
저렴한 가격·좋은 화질·음향 ‘굿’
호암아트센터 등 전시관도 동참
호텔선 브런치 곁들인 해설도 제공
“라면을 먹으러 일본 간다”는 드라마 속 재벌의 말처럼 “오페라를 보러 뉴욕에 간다”는 것도 가능한 일일까. ‘돈만 있으면 될 법’한 일이지만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무작정 간다고 보고 싶은 작품을 다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뉴요커들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관객들이 찾기 때문. 시즌권을 끊는 이들이 많고 기대를 모으는 가수에 지휘자가 예정돼 있다면 6개월 전 예매도 필수다.
쓰고 싶은 곳에 돈을 마음껏 쓸 수 있는 재벌이 아니라면 우선 비용만 따져보자. 뉴욕행 왕복 비행기 값을 200만원으로 잡고 토요일 기준 가장 좋은 좌석 기준으로 300달러(33만원)에 이르는 티켓 가격을 더하면 체류비를 제외하더라도 230여만원이 필요하다. 이런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100분의 1 가격에 한국에서 볼 수 있다. 차이라면 무대를 직접 보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를 거쳐 영상으로 보는 것뿐.
오페라는 음악적인 요소뿐 아니라 연극적인 요소가 가미돼 있고 무대 위 미술과 연출 등도 함께 봐야 한다. 그만큼 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주역뿐 아니라 오케스트라와 합창, 거대한 무대 장치와 세밀한 디자인을 요구한다. 오페라를 종합예술이라고 칭하는 이유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한국에서도 볼수 있다. 차이라면 무대를 직접 보는 것이 아닌 영상으로 보는 스크린 오페라를 통해서다. 사진은 ‘라인의 황금’ 한장면. |
한 차례 걸러 영상으로 보는 오페라지만 그 때문에 차감되는 감동이 직접 관람하는 것의 10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할까. 문화적인 몸마름에 시달리는 이들에겐 시간과 비용을 절약해주는 스크린 속 오페라가 그저 고마울 뿐이다. 지난해 메가박스에 이어 올해는 CGV와 호암아트센터, 워커힐호텔 등 국내에서 스크린 오페라를 즐길 수 있는 장소도 다양해졌다.
▶영상을 택한 메트 오페라=2006년 9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시즌 개막작 ‘나비부인’을 맨해튼 타임스퀘어와 링컨센터 플라자에서 영상으로 보여줬다. 이 생중계를 위해 교통을 통제하고 대형 스크린과 음향 시설도 갖췄다. 임시로 설치한 수백개의 좌석과 입석 관람대에서 무료로 오페라를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스크린 속 오페라의 시작이었다. 메트는 미국, 영국, 캐나다 등지에서 2006~2007 시즌 공연 영상 6편의 필름 상영을 시작했다. 2009년 여름 메트 오페라는 ‘여름 HD 페스티벌’의 막도 올렸다. 이를 통해 관객 4만명이 스크린 오페라를 감상했다.
지난해 가을 2010~2011 시즌 오프닝 공연 바그너의 ‘라인의 황금’은 브로드웨이 타임스스퀘어에서 스크린을 통해 무료로 상영됐다. 공연장 밖 타임스스퀘어 2000석, 메트 오페라 극장 앞 광장 3000석을 채운 관객들은 데뷔 40주년을 맞은 제임스 레바인 지휘에 로베르 르파주 연출의 이 작품을 함께 감상했다.
스크린 오페라를 제안한 피터 겔브 총감독은 “더 많은 사람들이 오페라 극장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며 “저렴한 가격에 친근감이 느껴지는 장소에서 좋은 화질과 음향의 오페라를 감상하게 되면 처음 보는 사람도 오페라의 매력에 빠져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트 오페라의 공연 영상은 세계 1500여개 극장에서도 상영 중이다. 카메라가 비추는 무대라는 한계는 있지만 객석에서 볼 수 없는 부분까지 카메라가 헤집고 들어가기도 한다. 인터미션엔 실제 현지 공연에서는 볼 수 없는 무대 뒷모습을 보여주고 주역 인터뷰와 유명 오페라 가수의 작품 해설도 곁들인다. 게다가 한국 스크린을 통해서는 한글자막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영상과 접목한 오페라의 커져가는 수요를 반영해 소니뮤직은 오는 6월 메트 오페라 HD시리즈로 동밍고 주연 베르디의 ‘시몬 보카네그라’, 안소니 밍겔라 프로덕션의 ‘나비부인’, 카리타 마틸라 주연 슈트라우스의 ‘살로메’, 존 아담스의 ‘닥터 아토믹’ 등 DVD 4종도 한글자막으로 발매할 예정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페라를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한 피터 겔브의 말처럼 극장에서 빠져나온 오페라의 모습은 오페라가 선택한 대중화로의 시도인 동시에 생존을 위한 전략인 것이다.
▶영화관뿐 아니라 공연장, 호텔에서도=국내에서 볼 수 있는 ‘스크린 속 오페라’도 부쩍 다양해졌다. 올해는 CGV뿐만 아니라 호암아트홀에서 더 큰 스크린을 통해 감상하고, 호텔에서 브런치를 즐기면서 해설과 함께 하는 오페라 영상도 본다.
CGV압구정은 지난해 12월부터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2010~2011 시즌을 담은 실황 영상을 매월 한편씩 상영하고 있다.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가 직접 제작한 공연실황의 영상버전으로, 전 시즌은 전 세계 45개국 800개 이상의 영화관에서 220만명이 관람했다.
호암아트홀도 오는 18일부터 ‘메트 오페라 온 스크린’을 통해 2010~11 시즌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공연 작품을 선보인다. CGV와 마찬가지로 바그너의 ‘라인의 황금’을 시작으로 도니체티의 ‘돈 파스콸레’, 글루크의 ‘타우리스의 이피게니아’, 도니체티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등을 공연장 객석에서 영상으로 만나본다. 호암아트홀 측은 “뉴욕 현지에서 공연하는 10편의 최신작이 상영되는 것으로, 특히 이번 시즌은 지휘자 제임스 레바인 메트 데뷔 40주년인 기념비적인 해로 보다 특별한 프로덕션들을 만나볼 수 있다”며 “HD급 화질의 4배에 달하는 4K디지털시스템의 고해상도 화질과 5.1돌비 디지털채널 사운드로 오페라 극장에 있는 것과 같은 생생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은 ‘메트 오페라 브런치’를 통해 이달 푸치니의 ‘투란도트’와 오펜바흐의 ‘호프만의 이야기’를 상영한다. 이후 ‘아이다’와 ‘라인의 황금’ ‘카르멘’ 등 17개 작품을 매월 두 편씩 6~7회 선보일 예정이다. 브런치를 포함한 오페라 관람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시작되고 식사 포함해 1인 6만원이다. 오페라에 대한 접근도를 높이기 위해 편안한 분위기와 입체음향이 어우러지는 7.1채널 오디오 시스템을 갖추고 음악평론가 장일범, 칼럼니스트 유정우 등의 해설로 이해를 높인다.
윤정현 기자/ hit@heraldcorp.com
美 메트 오페라하우스는
무대크기·객석·음향 최고
성악가들에겐 ‘꿈의 무대’
미국 뉴욕 링컨센터에 자리잡고 있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는 뉴욕의 문화를 상징하는 장소인 동시에 미국 문화의 수준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메트(Met)’라는 약칭으로 불리는 이 극장은 첨단 무대 기술을 도입해 다양한 규모의 공연을 소화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페라 프로덕션에 제작비를 많이 들이는 극장으로 꼽히기도 한다.
1883년 브로드웨이에서 뮤직 아카데미로 시작한 이 극장이 현재의 위치인 링컨스퀘어에 자리를 잡은 것은 1966년. 당시 개관 첫 공연은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로, 주인공 클레오파트라 역은 흑인으로는 최초로 메트에 오른 소프라노 레온틴 프린스가 맡아 화제를 모았다.
무대 크기와 객석 규모뿐 아니라 음향 설비에서도 최고의 오페라하우스로 평가받는 이곳에서 4000석에 이르는 객석을 매료시키는 가수는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가진 가수로 평가받는다. 따라서 성악가들에게는 언젠가 반드시 서고 싶은 ‘꿈의 무대’이기도 하다.
윤정현 기자/ hi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