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분단국가 한국에서 전쟁의 슬픔을 담은 작업을 하게 돼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젊은 관객들이 많이 찾아와, 함께 역사를 생각하고 되돌아보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세계가 주목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다츠오 미야지마((Tatsuo Miyajima, 54)가 꼼데가르송 한남Six 갤러리에서의 전시를 위해 최근 내한했다. 그는 한남Six에 자신의 신작
을 설치하고, 관람객및 미술 관계자들과 만났다. 한남동 꼼데가르송 한남 Six는 일본의 꼼데가르송 오사카Six에 이어 패션브랜드 꼼데가르송이 두 번째로 오픈한 아트 전시공간. Six는 1991년부터 1998년까지 발행된 <꼼데가르송>매거진의 이름을 그대로 따왔다. 이 갤러리는 국내에 덜 알려진 작가들을 선별해 소개함으로써 패션과 예술의 조화를 꾀하는 비상업적 공간이다. Six의 전체적인 작품 선정과 크레이티브 디레팅은 꼼데가르송의 디자이너 ‘레이 가와쿠보’가 직접 맡고 있다. 미야지마는 이번에 독일의 오래된 기차의 작은 모형에, 1부터 9까지 숫자를 나타내는 LED 디지털 카운터를 부착하고, 출발역과 종착역이 따로 없이 끊없이 고리처럼 운행되는 기차를 보여줌으로써 전쟁, 삶과 죽음, 환생이라는 주제를 표현하고 있다. 조명을 최소화해 어두운 갤러리 공간 곳곳에서 푸른빛을 뿜어내는 LED 디지털 카운터가 부착된 모형기차가 끊임없이 주행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전은 갤러리를 시공을 초월한 공간으로 탈바꿈 시키고 있다. 동시에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했던 비극 중 하나인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어난 유태인 대학살을 은유하고 있다. 수많은 무고한 생명을 싣고 아우슈비츠까지 실어 날랐던 증기기관차에 작가는 삶의 순환을 나타내는 LED 디지털 카운터를 조합함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많은 걸 느끼게 한다. 미야지마는 "분단국으로써 한국은 아직도 특수한 상황이다. 그러나 젊은 층 전쟁과 역사에 무관심한 편이라고 들었다. 그들이 내 작업을 보고 한번쯤 과거의 역사 등에 관심을 가져 보고, 미래를 함께 생각해봤음 한다"고 밝혔다.. 숫자를 활용한 그의 작업들은 보편적인 삶의 모습을 드러내는 동시에 다양한 삶의 방식을 상징한다. 일련의 반복된 숫자작업을 통해 그는 삶과 죽음, 윤회의 문제를 다룬다. 점멸하는 LED 판의 숫자는 시간성을 보여주는 매개체다. ‘계속적인 변화 (Keep Changing)’, ‘연결성 (Connect with All)’, ‘영원한 지속성 (Goes on Forever)’이라는 3가지 개념에 근거해 제작된 그의 디지털 카운터들은 ‘0’ 을 제외하고, 1에서 9까지 숫자가 서로 다른 속도로 깜빡이며 순환을 드러낸다. 다츠오 미야지마는 작품에 숫자 ‘0’을 쓰지 않는데 그 이유는 숫자 ‘0’은 무(無)의 개념이라기 보다 공(空)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환생과 삶의 순환을 암시하는 이번 설치작품은 죽음을 절망적으로 묘사하기 보다는 삶의 순환 중 한 단계로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일부러 전시장 입구를 1.2m 높이로 낮게 만들고 관람객들이 고개를 숙여 어두운 터널로 들어오게금 했다. 이것은 일본 전통 티 하우스(Tea House)를 본뜬 것으로, 관람객들로 하여금 낮은 문을 들어서며 보다 작품에 집중하게 하기 위해서다. 작가는 “이번 작품을 독일서 처음 발표했을 때 아우슈비츠를 건드리는 민감한 사안이라 언론및 관객의 반향이 매우 컸다. 자신들이 미쳐 깨우치지 못한 걸 작품으로 승화했다는 평도 들었다"고 밝혔다. 미야지마는 도쿄국립대 예술대학 출신으로 롯폰기 힐스에 위치한 아사히 TV(TV Asahi) 빌딩의 벽, 도쿄 오페라 시티(Tokyo Opera City), 삼성미술관 리움(Leeum, Museum of Art) 등 다양한 장소를 위한 공공미술작품을 제작하기도 했다. 금년에도 베니스비엔날레 기간 중 베니스에서 열리는 특별전에 초대받는 등 전세계를 무대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한남Six에서의 전시는 5월1일까지 계속된다. 이영란 기자/yrlee@heraldcorp.com, 사진제공= 꼼데가르송 한남Si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