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명의 유망한 도예가가 서울 가회동 이도갤러리(대표 이윤신) 초대로 2인전을 연다. 박종진 이기욱이 그 주인공으로, 전시 타이틀은 ’Beyond the Time’이다. 두 작가는 그간 공모전 수상, 단체전 등을 통해 주목받아온 신예. 이번 전시에서 두 작가는 저마다 개성을 살린 작업을 선보인다.
전통적 표현기법에 뿌리를 두되 이를 새롭게 변용해, 한층 세련되고 짜임새 있게 변주한 신작들을 내놓는다. 조선백자로부터 이어진 품위있는 모던함과, 간결한 선과 문양, 순백색 빛을 구현한 작품을 통해 현대문화의 흐름과 기호에 따라 진화된 21세기 현대 백자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자리다.
박종진 작가는 위 아래를 이어붙이는 달항아리의 업다지 기법을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서로 다른 것들이 어울리는 관계, 공존에 대한 사유를 조형적으로 접근한 것. 상하 개체가 분리되는 제작과, 유약으로 이를 접합해 하나로 만드는 이 과정은 이질적 개체를 하나로 만드는 행위로서 공존을 이야기한다. 순백자와 색자의 결합이 새로운 감성을 보여준다.
박종진은 기본적인 원통형을 다양한 비례로 나누고 간결한 선과 유약이 결합된 부분을 자연스럽게 연결해 기법적인 특성만이 아닌, 조형성이 두드러진 작품을 시도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암수 짜임기법과 기물 내부에 자리잡은 작은 지지대, 유약으로 붙어서 나타나는 대비된 조형색을 통해 종전과는 다른 미적 감각을 구현했다. 흑과 백의 조화, 푸른 청화, 붉은 진사가 어울리며 다양한 관계, 소통에 대한 메시지를 산뜻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기욱 작가의 백자는 면치기 기법을 활용했다. 독특하고 비정형의 면들로 이뤄진 백자는 현시대에 맞는 디자인, 새로운 감성을 선사한다. 치밀한 계획과 즉흥적인 면의 분할로 입체감과 빛과 그림자, 움직이는 선율 속에 섬세함이 묻어난다. 우아한 우리 백자가 기분 좋게 변화된 모습이다.
언뜻 보면 단순한 팔면체, 다각형의 기(器)이지만 가까이 관찰하면 꼼꼼함과 섬세한 면치기, 공들여 연마한 표면의 촉감, 빛과 하얀 그림자, 느긋한 여유와 적절한 율동감을 확인할 수 있다. 이기욱은 그간 보여주었던 표면의 다양한 면치기로부터 보다 강한 선, 굽부분의 날카로운 분할, 건축물을 연상시키는 기하학적인 선이 두드러진 신작을 내놓았다. 한결 강하고 그러면서도 섬세한 결을 살린 백자는 시대적 디자인, 조형적 감각이 심화됐음을 알 수 있다.
이 시대 미감이 자연스럽게 투영돼 기분 좋은 리듬과 현대백자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하는 두 작가의 전시는 10~29일 열린다. 02)741-0724
이영란 기자/yr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