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심플하면서도 즐거운 문양들은 비교적 알기 쉬운 기호적 형태들로, 최근에는 불규칙하게 활짝 핀 꽃모양으로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즉 집모양이나 석비와 같이 모호한 형태들로 자유롭게 변주되고 있는 것. 이처럼 단순성과 추상성을 살린 홍정희의 작업은 시대와 지역성을 초월하며 즐겁고 유쾌한 추상의 세계로 보는 이를 인도한다.
강렬한 원색을 사용해 화폭 한가득 반복적으로 커다란 문양을 콤포지션하듯 구성한 그림들은 자유롭고도 흥겨운 리듬감을 선사한다. 때로는 대비되거나 비슷한, 선명하면서도 모호한 색채들의 뒤섞임은 홍정희 식(式) 색면추상의 또다른 특징이다. 작가는 톱밥과 물감을 섞는 기법으로 형성된 독특한 마티에르를 구현하는데 이는 작품의 색채를 더욱 깊이있게 만들곤 한다.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에서 2년간 교환교수를 지낸 홍정희는 국전 문화공보부 장관상 및 한국미술대상전, 중앙미술대상전을 수상했다. 1996년에는 석주미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02-519-0800
이영란 기자/yr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