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시위대와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정권과의 유혈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카다피 일가가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정황이 포착됐다고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가 2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카다피가 지난주 비밀리에 영국 런던의 개인 자산 운용가에게 30억 파운드(한화 약 5조5000억원)를 입금시켰다는 것. 이 거래는 스위스에 사무실을 둔 카다피의 대리인을 통해 이뤄졌으며 이 대리인은 5주 전 런던 금융계의 유명 주식 중개업체에 거액의 자금을 예치하려 시도했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주식 중개업체는 자금의 출처를 수상히 여겨 거래를 거절했다.
이 주식 중개업체 대표는 “손을 피로 물들이는 독재자와 거래하는 것이 내키지 않아 거절했다“면서 ”카다피가 런던 금융계에 갖고 있는 자금만 100억 파운드에 이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카다피 재산 대리인은 이후 다른 회사를 물색, 개인 자산 운용가에게 자금을 맡겼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이는 카다피가 궁지에 몰리자 원유 수출로 마련한 자금을 전 세계에 있는 비밀 계좌 등으로 옮기려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이 신문은 풀이했다.
영국 재무부는 카다피의 영국 내 재산을 추적해 동결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카다피의 영국 내 재산은 예금과 상업용지, 런던에 있는 카다피 둘째 아들 사이프 알-이슬람 소유의 1천만 파운드 짜리 주택 등으로 알려져 있다.
런던 북부에 있는 알-이슬람의 저택은 방이 8개에 사우나와 수영장까지 딸려 있으며 매물로 나왔다가 지금은 주당 9천750 파운드의 월세로 세입자를 찾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앞서 카다피와 자녀 등 6명의 해외 자산을 동결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리비아 제재 결의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지난 25일 미국 내 카다피와 그의 자녀 4명 명의의 재산에 대해 동결 조치를 내리는 등 카다피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가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를 통해 입수한 2006년5월 미국 외교전문에 따르면 카다피 일가는 석유 및 가스 분야, 통신, 인프라 개발,호텔, 미디어, 소비재 유통에 큰 이권을 갖고 있다.
‘카다피 주식회사’라는 제목의 이 전문은 특히 리비아 경제를 좌우할 정도로 수출을 통해 연간 미화 수백억 달러의 수입을 올리는 국영 석유회사와 그 자회사들이 카다피 자녀에게 ‘지속적인 수입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돼 있다.
dpa통신에 따르면 카다피 일가의 재산 규모는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반대파 지도자들은 카다피 일가의 자산이 800억 달러에서 1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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