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북아프리카 시위 사태에서 비교적 동떨어져 있던 곳으로 여겨지던 오만에서도 27일 시위 중 유혈 충돌로 2명이 숨지는 등 반 정부 시위가 중동 각국에 확산되고 있다.
예멘과 바레인에서도 대규모 시위가 연일 계속되는 가운데 사우디, 이라크는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 각각 각종 유화책을 내놓고 고강도 개혁에 착수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오만=이날 오만 소하르에서는 경찰이 정치개혁을 촉구하는 시위를 강제 해산하는 과정에서 고무총탄을 쏴 시위대 2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고 정부 관계자가밝혔다.
경찰은 1천여 명에 이르는 시위대가 소하르 지역 경찰서를 향해 행진하자 최루가스를 쏘고 곤봉을 휘두르며 강제해산을 시도했으나 여의치 않자 시위대를 향해 고무총탄을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26일에 이어 이틀째 소하르에서 진행된 시위는 지난 19일 수도 무스카트에서 작가와 교수 등 800여 명의 시위대가 의회에 더 많은 권력을 부여할 것을 촉구하는 거리행진 이후 1주일 만에 재개된 것이다.
오만은 술탄 카부스 빈 사이드 국왕이 41년째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
오만은 원유 매장량이나 생산량이 이웃 국가인 사우디 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UAE)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만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예멘=예멘에서는 수도 사나를 비롯, 타이즈, 아덴, 말라 지역에서 대규모 반 정부 시위가 이어졌다. 말라 지역에서는 경찰과 시위대 간 충돌로 18명이 다쳤다.
이런 가운데 예멘 야권 7개 정파의 연합체인 ‘조인트 게더링(Joint Gathering)’은 시위 동참 계획을 밝히고, 내달 1일 대규모 반 정부 시위를 조직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예멘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개 부족의 지도자들이 반 정부 시위에동참하겠다고 밝힌 다음 날 이뤄진 것이어서 32년째 장기집권 중인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에게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전망이다.
예멘 시위 사태는 살레 대통령이 시위대에 대해 다시 강경 기조로 선회함에 따라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살레 대통령은 지난 27일 “예멘 군은 통합, 자유, 민주주의 뿐 아니라 국가를 수호하기 위해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마지막 피 한 방울이 남을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살레 대통령은 앞서 2013년 임기 만료 후 권좌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 24일에는 시위대를 보호하고 평화적 시위를 보장하라고 군.경 당국에 지시했었다.
▶바레인=바레인에서는 최대 시아파 정당인 이슬람국가협의회(INAA) 소속 의원 18명이 이날 정식으로 의원직 사퇴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바레인 의회는 전체 40개 의석으로 구성돼 있어 절반에 가까운 이들 의원의 사퇴는 바레인 정국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INAA는 또 내각 총사퇴와 함께 내각을 선출직으로 전환하는 헌법 개정을 촉구했다. 바레인 내각은 셰이크 하마드 국왕이 임명한 인사들로 구성돼 왔으며 이중 상당직은 왕실 일원이 차지하고 있다.
강경 시아파 정파인 ‘권리운동(Haq)’의 지도자로 영국 망명 중 지난 26일 귀국한 하산 무샤이마도 왕실이 정부를 통제하지 않는 진정한 입헌군주제 도입을 촉구했다.
바레인은 전체 인구 75만명(외국인 노동자 포함한 인구는 130만명)의 70%가 시아파지만 수니파 알-칼리파 가문이 200년 가까이 권력을 장악하고 있어 시아파의 불만이 높은 실정이다.
한편 이날 수도 마나마 진주광장에서는 수만명의 시위대가 운집해 왕정 교체를 요구하는 반 정부 시위를 이어갔다.
▶사우디 아라비아=사우디에서도 압둘라 국왕의 각종 유화책에도 불구하고 정치개혁을 촉구하는 움직임은 지속되고 있다.
사우디 학자, 인권운동가, 기업인 등 123명은 이날 웹사이트에 올린 탄원서를 통해 직접선거를 통한 의회의원 선출, 여권 신장, 입헌군주제 도입 등을 촉구했다.
사우디에는 의회 기능을 대신하는 ‘슈라 위원회’가 있지만 위원들은 역시 국왕의지명에 따라 임명된다.
킹 사우드 대학의 정치학 교수 칼레드 알-다킬은 “우리는 이런 요구사항을 압둘라 국왕에게 전달할 것”이라며 “우리는 이런 개혁 조치가 이행될 것이라는 높은 기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허리 디스크 수술을 마치고 출국 4개월 만인 지난 23일 귀국한 압둘라 국왕은 주택 건설, 결혼자금 지원, 창업 지원 등 국가 개발기금에 400억리얄(약 11조원)의 기금을 편성토록 하고, 국가 공무원 급료를 현 수준에서 15% 인상토록 관계 당국에 지시하는 등 경기부양책은 쏟아냈지만 정치.사회개혁 조치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라크=이라크 정부는 대규모 반 정부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 고강도 개혁 작업에 착수했다.
누리 알-말리키 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100일 후 부패척결과 실업난 해소, 공공서비스 개선 진행상황을 각 부처별로 평가한 뒤 결과가 좋지 않은 부처의 장관은 해임하겠다”고 밝혔다.
이라크 정부는 이미 전력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상.하수도 인프라 구축 사업이 미진한 쿠트, 바스라, 바빌 등 3개 주의 주지사 3명을 해임했다고 밝혔다. 해임된 주지사 3명은 모두 집권당인 ‘법치국가연합’ 출신 인사들이다.
이라크 정부가 강도 높은 개혁에 착수한 것은 튀니지, 이집트에 이어 이라크에서도 반 정부 시위가 확산되자 국민 여론 악화를 진정시키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이라크에서는 지난 25일 전국 17대 도시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으며, 같은 날 경찰과 시위대 간 충돌로 모두 16명이 숨졌다.
반정부 세력은 이라크 총선 1주년을 맞아 내달 4일 다시 대규모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이집트=이집트 사법부는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에 참여했던 장관으로는 처음으로 하비브 알-아들리 전 내무장관에 대해 내달 5일 재판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17일 체포된 아들리 전 장관은 돈세탁, 공무원 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받고있다.
이집트 군 최고위원회는 이와 함게 내달 중 헌법 개정안에 대해 국민투표를 실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 개헌위원회는 앞서 26일 대통령의 임기를 현행 6년에 4년으로 줄이고 한차례에 한해 연임이 가능하도록 하며, 대선 출마 자격을 대폭 완화하고, 계엄령을 6개월 이상 지속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 등을 담은 헌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지난 11일 시민혁명으로 퇴진한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야당 인사의 대선 출마 자격을 극도로 제한한 헌법과 30년간 발효된 비상계엄령에 의지해 1981년부터 5차례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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