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석유시설 파괴를 명령했다는 소문에 유가는 요동쳤다. 한때 런던ICE선물시장에서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119.79달러까지 폭등했다. 2008년 8월 이후 최고치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도 2008년 9월 이후 장중 최고치인 배럴당 103.41달러까지 올랐다.
리비아 사태에 전세계 석유시장이 공포에 질린 모습이다. 그런데 리비아 원유 생산량이 전세계 석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도 안된다. 고작 2%의 석유에 전세계가 혼란을 겪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양’이 아닌 ‘질’에 있다.
24일 뉴욕타임스(NYT)는 리비아 원유가 유황성분이 적은 고품질 원유(Sweet Crude)로, 다른 원유로 대체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전세계 석유시장에서 리비아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보도했다.
특히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은 유황성분이 많은 원유(Sour Crude)를 정제할만한 시설이 많지 않기 때문에 리비아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리비아가 수출하는 물량의 85%이상이 유럽으로 들어가며 이중 3분의 1이상은 이탈리아가 가져가고 있다. 미국은 약 5%정도만 리비아에 의존하고 주로 알제리나 나이지리아에서 고품질 원유를 수입한다.
문제는 리비아 사태가 계속될 경우 유럽 정유회사들이 알제리나 나이지리아 원유 공급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 에너지정책연구재단(EPRF)의 로런스 골드스틴 소장은 “그렇게 되면 고품질 원유 정유업체들이 모두 입찰 경쟁을 벌여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구조 때문에 카다피의 말 한마디에 전세계 석유시장이 출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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