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세력이 동부 지역에 이어 서부지역까지 점령하면서 카다피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카다피는 무장 군인들을 곳곳에 배치해 수도 트리폴리 사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반정부 세력이 수도를 포위하며 진격하고 있어 카다피 정권 몰락은 시간 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리비아 제3도시 미스라타도 반정부 시위대 손에 넘어가는 등 카다피의 영향력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시위의 근원지인 리비아 제2도시 벵가지, 토브룩 등 동부 지역은 반정부 시위대가 차지했다. 이들은 트리폴리와 카다피의 고향 시르테를 제외하고 리비아 대부분 지역을 점령함으로써 카다피의 목을 죄고 있다.
야권은 수도 역시 “해방시켜야 한다”며 24~25일 트리폴리에서 새로운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반정부 시위 발생 이후 트리폴리에서는 군인들이 시민들에게 무차별 사격을 가해 낮에는 시민들의 자취를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밤이 되면 시위대들이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를 페인트로 벽에 새기고, 경찰서 주변에 불을 지르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카다피는 용병을 비롯 군을 방패로 반정부 세력을 제압하고 있지만 군인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카다피의 벵가지 폭격 명령 거부하고 낙하산으로 탈출한 전투기 조종사 2명 중 한명이 카다피 부족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버린 전투기는 벵가지 인근 도시에 추락했다.
이런 가운데 궁지에 몰린 카다피가 화학무기와 생물학 무기를 사용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이날 유엔 화학무기 감시관은 카다피가 겨자가스탄 생산을 위한 화학무기 공장을 파괴하고 화학탄을 실어나를 무기를 갖지 않겠다는 약속을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카다피의 셋째아들 사디는 이날 FT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형인 사이프 알 이슬람이 새로운 헌법을 마련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어떤 새로운 체제가 들어서더라도 아버지인 카다피는 조언을 해주는 ‘빅파더(big father)’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축구선수 출신인 사디는 “최근 리비아의 유혈 사태는 개혁을 위한 긍정적인 변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현재 트리폴리는 매우 조용하고 시민 절반 가량은 평소대로 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알카에다가 최근 혼란을 틈타 영향력을 미치려고 하고 있으며, 반정부 시위대는 환각제 등을 맞은 사람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카다피의 딸, 부인 등이 해외 도피를 시도하고 있다는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USA투데이 등은 카다피의 딸 아이샤가 탑승한 비행기가 지중해 섬나라 몰타에 착륙하려다 실패했다고 전했다. 카다피의 며느리 등이 탄 제트항공기도 22일 레바논 베이루트 공항에 착륙하려고 했으나 허가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