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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피노자가 본 '뷔리당의 당나귀'
자유의지의 문제라기보다 '사유의 힘'

당나귀 한 마리가 있다. 배가 고프고 동시에 목이 마르다. 당나귀를 중앙에 두고, 물과 귀리가 각각 같은 거리로 떨어져 있다. 물도 먹고 싶고 귀리도 먹고 싶다. 만약 당나귀에게 자유의지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물을 먹으러 가야 할지 귀리를 먹으러 가야 할지 선택할 수가 없어서 결국 죽고 말 것이다. 유명한 ‘뷔리당의 당나귀’다. 스콜라 철학자들이 들려주는 교훈이다. 스피노자는 좀 더 논의를 발전시킨다.


“정신의 동요에 빠져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인간은 당나귀이지만, 그런 정신의 동요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해주는 것, 즉 인간을 인간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자유 의지가 아니라 사유의 힘이다.”


가령 부, 명예, 성욕 같은 세속 적인 선들보다도 참된 선을 추구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만드는 것은 자유 의지가 아니다. 세속적인 선들은 오히려 우리를 자주 슬프게 만들며 심지어 죽음을 재촉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예 저버리고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최고선을 위한 수단으로서 추구된다면 결코 해롭지 않다는 사실을 차츰차츰 깨달을 수 있다. 바로 사유의 힘이다.

 


즉, 진정 인간다운 인간은 악에 대한 공포 앞에서 ‘양자택일’을 잘하는 인간이 아니라 선에 대한 경험을 통해서 가능한 한 모든 것들을 이해하고 최고선을 위해 불러 모으는 인간이다.

 


이처럼 <스피노자의 동물 우화>(열린책들. 2010)는 동물을 통해 철학을 이야기한다. 정확히 말하면 스피노자의 철학을 동물 우화를 통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해 준다. 총 30개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거미나 말, 개, 사자부터 상상의 동물까지 다양하다.

 
[북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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