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는 리비아에서 22일 한국인 9명이 간신히 육로를 통해 이집트로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 주재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리비아 반정부 시위의 중심지로 부상한 제2의 도시 벵가지와 이집트 국경 사이의 토부룩 지역에서 한국의 K기업 직원 9명은 지난 21일 소요 사태가 악화되자 육로로 수도 트리폴리 쪽으로 이동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들은 중간에 길이 끊기는 바람에 하룻밤을 지새운 뒤 토부룩으로 되돌아왔다가 이날 이집트 쪽으로 다시 출발해 사막 도로 200㎞를 자동차로 횡단한 끝에 2시간30분 만인 오전 11시께 리비아-이집트 국경에 도착했다.
이들은 리비아에서 탈출한 이집트인들이 북적이는 국경통과소에서 2시간여 만에 입국 수속을 마치고 오후 1시께 무사히 이집트 국경도시 엘-살룸으로 들어왔다.
이들은 주이집트 한국대사관 측과의 전화통화에서 리비아 사막지대를 지날 때 자경단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검문을 받기는 했으나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고, 리비아 쪽 국경에는 세관원이나 경찰이 모두 철수한 상태에서 민간인 복장을 한 사람들이 출국 업무를 맡고 있었다고 전했다.
대사관은 이들 직원을 수도 카이로로 안전하게 이동시키기 위해 국경도시 엘-살룸으로 차량을 보냈으며, 이들은 카이로를 거쳐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대사관은 또 리비아의 시위대가 점거한 것으로 알려진 벵가지에 있는 한국 교민300여 명이 육로를 통해 이집트로 탈출할 가능성에 대비해 영사 등 직원 2명을 엘-살룸으로 보내 ‘지원센터’를 설치하도록 했다.
리비아 쪽 국경에는 이집트인 1만여 명이 국경을 통과하려고 대기 중이며, 이집트 쪽 엘-살룸에는 이들을 수용하기 위한 임시캠프가 마련돼 있다.
주이집트 한국대사관은 리비아에 거주하는 교민을 위해 트리폴리와 카이로 사이에 이집트항공의 전세기를 운항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윤종곤 주이집트 대사는 “이집트 시민혁명 이후 항공 수요가 줄어 이집트항공의 여객기를 빌리기가 용이해졌다”며 “트리폴리와 카이로 사이에 전세기를 띄우기로 결론이 나면 이집트항공 측과 협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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