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타는 5세 때인 1987년 러시아 국영 TV ‘채널원’ 특파원이던 아버지를 따라 중국에 왔던 것이 인연이 되어 북경어언대학에서 언어학을 전공했다. 엘리자베타는 “처음 중국에 왔을 때만 해도 친구가 없어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 말을 걸곤 했다”면서 외로움을 견딜 수 없어 베이징의 팡차오디(芳草地)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중국어를 열심히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엘리자베타의 출중한 중국어 실력은 기자가 되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 그녀는 “(중국어 리포팅이) 엄청난 도전이 될 거란 사실을 알았지만 그것이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정말 뉴스를 이해하고 전달하는 것인냐는 의구심에 대해 그녀는 “지금은 모국어인 러시아어보다 중국어가 더 편하다”며 “목소리가 떨리는 것이 걱정될 뿐 언어 구사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자신 있게 밝혔다.
유창한 중국어 진행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금발 미녀 기자 야코블레나 엘리자베타.(좌) 중국에서 방송인으로 활약하는 나이지리아 출신 파우지야 셰후 발라라베.(우) |
나이지리아 출신의 방송인 파우지야 셰후 발라라베 역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녀는 두 살 때 언어전문가인 부모를 따라 중국에 왔다가 아예 중국에 정착했다. 유창한 중국어 실력과 중국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로 의대 3학년이던 2010년 외국인 대학생들의 중국어 경연대회인 ‘제8회 한어교(漢語橋)’에서 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를 눈여겨본 방송 관계자가 TV 여행 프로그램에 그녀를 섭외해 방송과도 인연을 맺었다.
이 두 외국인 미녀들은 모두 중국 누리꾼들로부터 “외국인 얼굴에 중국인 심장을 가졌다”는 평을 듣고 있다. 한 누리꾼은 “외국어 학습 프로그램이 아닌 뉴스 프로그램에서 중국어를 쓰는 외국인을 보니 새롭다”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한 누리꾼은 “방송국의 쇼에 불과하다”면서 “새로움이 지나가면 시청자들은 누가 뉴스를 진행하느냐가 아니라 프로그램의 내용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상하이 교통대 중지위안 교수는 “TV 방송국들이 국제화 추구를 명목으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들을 모집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들의 외모는 오히려 시청자들의 주의를 분산시켜 정보전달이라는 원래의 취지를 방해한다”고 평했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