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비정규직(사내하청) 노조원들이 생산라인을 점거한 채 벌였던 파업에 외부 상급단체가 개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올 1월까지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비정규직지회(비지회) 3기 사무장을 역임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최정민 씨는 ‘상급 외부단체 형님 활동가님들, 선동정치 이제 그만하세요!!’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 같이 밝혔다. 최 씨는 조합비 유용 및 횡령 사실을 인정하면서 경찰에 자진출두하기로 하고, 그에 앞서 자신의 심경을 정리한 유인물을 배포했다.
유인물을 통해 최 씨는 “작년 점거농성으로 수많은 조합원들이 해고자 신분이 됐고, 수천명이 사측의 징계통보를 기다리고 있지만 우리를 도와준다는 미명 아래 투쟁을 배후에서 기획하고 선동했던 금속노조와 외부단체 활동가들은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비지회가 상급단체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점거농성을 지속하게 됐고, 지회장도 중도사퇴를 결심했지만 (상급단체가) 허락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최 씨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되면 작년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하청 노조의 공장점거 파업 사태를 촉발ㆍ확대시킨 주체가 외부 상급단체였음이 처음 입증된다.
지난해 현대차 사내하청 노조의 공장점거 파업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공전을 거듭할 당시 이경훈 현대차노조 지부장까지 나서 외부단체가 개입하지 말 것을 주장했지만 상급단체가 개입했다는 구체적 증거가 나오지 않아 의혹으로 남은 바 있다.
최 씨는 “(외부 활동가들이) 책임도 지지 않은 채 또다시 2차 파업 선동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데 대해 분노마저 치밀어 오른다”면서 “더 이상 비지회 동지들을 사지로 내몰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한편, 그는 비정규직 노조 임원들이 조합비를 임의로 유용하고 횡령한 사실도 시인했다. 최 씨는 “조합원의 혈세인 조합비를 개인이 유용ㆍ횡령하는 일은 너무도 쉬운 일이됐고, (사측과) 특별교섭을 하거나 천막농성을 벌이는 기간에 저와 다른 임원이 조합비를 인출해 사측 관리자의 차량을 얻어 타고 사행성 게임장에 다닌 적도 있다”면서 “지면으로 다 밝히지 못한 문제는 자진출두해 경찰조사에서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충희 기자 @hamlet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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