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 부산저축은행 고객 48만명 넘어
은행측 3개월안에 정상화 노력
“아이고, 이제 우짜노”, “한푼 두푼 모은긴데, 이리될줄 우째 알았노”
부산 동래구에 사는 김모(72세) 씨는 “생활비를 벌지못해 이자라도 받아 생활에 보태려고 살던 집을 정리해 적금을 가입했다”며 “죽으면 자식들에게 물려줄 유일한 재산이었는데 앞으로 생활이 막막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17일 오전 금융감독위원회에 의해 6개월 영업정지 명령을 받은 부산저축은행 부산 동구 초량동 소재 부산본점에는 봄비가 내리는 속에도 출근시간 전부터 예금 고객 1000여명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예금 고객들은 은행 입구에 붙여놓은 영업정지 공고문을 읽으며 향후 사태를 걱정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일부 예금자들은 부산저축은행 측이 정문셔터를 굳게 닫은 채 영업정지 안내 공고문만 붙여놓았을 뿐 현재 상황을 비롯한 예금 지급 계획 등 일정 안내하는 등 고객을 안심시키려는 노력이 전혀 없다며 강하게 항의해 소동이 일기도 했다.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최모씨(56·여)는 “장사를 하면서 모은 적금 1000만원짜리 두 개와 500만원짜리 1개가 만기일이라 아침부터 찾았는데 하필 오늘 날벼락이 떨어졌다”며 “10년 가까이 길거리 장사를 해오다 수돗물 나오는 상가건물을 계약했는데 당장 계약금 마련이 막막하다”고 하소연 했다.
또 자신이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엄모씨(24)는 “저축은행이 이자가 높아 장기저축예금으로 13개월째 1500만원을 넣고 있는데 그나마 다행히 시간이 걸리더라도 돈을 찾을 수 있다고 하니 안심이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예금자 김모씨(60)는 “대학 졸업하자 곧바로 취직 한 딸의 8년간 월급을 몽땅 부산저축은행에 넣어 관리 해왔다”며 “32살의 딸이 올 봄 결혼할 예정인데 시집도 못보내게 생겼다며” 탄식했다.
영업정지 소식을 듣고 몰려든 예금자들을 상대로 상황설명에 나선 예금보험공사 김채욱 선임검사역은 “공고를 내고 오늘부터 번호표를 발급해 3월2일부터 1달동안 가지급금(1500만원)을 지급할 계획”이라며 “일단 금감원의 이번 조치는 ‘경영관리’가 아니라 ‘경영지도’의 수준이기에 저축은행측으로부터 정상화계획을 제출받아 정상 영업이 회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저축은행 강성우 상근감사위원은 “영업정지 기간 안에 계열사와 PF자산을 매각해 경영을 정상화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오랫동안 사랑해준 고객들의 믿음을 저버린 꼴이되어 송구스런 마음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강 위원은 “이번 사태의 원인이 대전저축은행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가 발생했다”며 “3개월 안에 정상화해 고객들의 믿음을 회복하도록 전 직원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부산저축은행은 부산지역 고객만 14만명이 넘고, 전체 계열사까지 합치면 48만여명의 예금 고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전체 예금자산 3조5000억원 중에 예금보호를 받지 못하는 부분이 1천100억원 정도로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윤정희 기자 @cgn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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