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대낮에 7세 여야가 성추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수철 사건’의 악몽이 떠오르는 가운데 일선학교 주요 시설의 범죄 안전도가 형편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미랑 박사 등이 지난해 5~6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소재 초·중·고 30개교를 현장조사한 뒤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상 학교30개교 가운데 28개교(93.3%)가 교내 시설물안전도 ‘미흡 또는 매우 미흡’ 판정을 받았다.
방과 후 작동되는 감지기와 경보기를 설치한 학교는 2곳에 불과했고 야간에 외부인 무단 침입을 막기 위해 담장에 CCTV를 설치한 학교도 11곳(36.6%)에 불과했다.
외부에 개방돼 범죄발생 빈도가 높은 운동장의 경우 7곳(23.3%)만 지역주민과 학생의 공간을 분리해 운영했고, 돌발 사고나 범죄에 대비한 비상통신시설을 갖춘 학교는 단 한 곳도 없었다.
학교건물 뒤편 등 후미진 곳에 있는 학생 휴식공간에 CCTV를 설치한 학교는 4곳, 야간조명을 설치한 곳은 5개교에 그쳤다.
지상 주차장에는 19개교(63.3%)가 CCTV 등을 설치했지만 대부분 야간조명이 달려있지 않아 밤에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실에도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투시형 구조의 출입문 또는 창문을 설치한 곳이 적어 학교폭력과 범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세부사항을 종합해 30개교의 안전도를 점수화한 결과 ‘우수’에 속한 학교는 단 한 곳도 없었고 그나마 ‘보통’이 2개교였다.
학생과 교사들이 범죄의 두려움을 가장 많이 느끼는 공간은 야간 조명이 없어 어두운 운동장이나 건물 뒤편, 주차장 등인 것으로 조사돼 이들 시설의 감시기능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교내 총기난사 사건 등으로 학교 안전망에 대한 지적이 많은 미국에서 이번 조사에 참여한 로버트 슈나이더 플로리다대 교수는 “한국에서도 범죄예방을 위한 교내시설 안전도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미흡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학교마다 종합안전계획을 수립해 학교를 안전지대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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