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으로 치닫는 노동계의 분위기는 연초 근로손실일수에서도 잘 나타난다. 올들어 지난 9일까지 노사분규로 인한 근로손실일수는 4만4061일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근로손실일수가 3만8477일에 그쳤던 것에 비해 14.5%나 늘어난 셈이다. 신규로 발생하는 노사분규는 많지 않지만, 지난해 시작된 분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근로손실일수가 13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합리적인 노사문화 정착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줬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최근 험악한 현장 분위기도 일조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가 2차 파업을 예고하고 있으며, 한진중공업 노조가 구조조정에 반발하며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모두 물러설 수 없다는 각오로 지상 수십미터의 광고탑으로 ,크레인으로 오르고 있다. 또 노조 인정을 요구하는 전북지역 시내버스 노조,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대우자동차판매 노조, 그리고 홍익대 환경미화ㆍ경비원 노조, 63빌딩 주차ㆍ경비 노조 등의 고용승계 농성이 지속되고 있다.
이들 분쟁 중인 사업장을 살펴보면 몇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우선 비정규직 관련 농성장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는 물론 홍익대 환경미화ㆍ경비원, 63빌딩 주차ㆍ경비 노조 등이 모두 비정규직 관련된 사업장이다. 또 한진중공업과 대우자동차판매 노사 분규는 모두 구조조정과 관련된 사업장이다.
올해 민주노총이 가장 큰 의제로 삼고 있는 것도 비정규직 문제이다. 최근 취임 1주년을 맞은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비정규직 문제를 사회 의제화하는 것을 올해 가장 중요한 일로 꼽았다. 비정규직 문제는 대규모 사업장 중심의 민주노총을 귀족노조라는 비난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성폭력 등으로 실추된 이미지를 다시금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법연수원을 거친 변호사들이 민주노총 법률원에 유입되고 있는 점도 향후 실질적인 법개정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양대 노총 위원장의 투쟁 의지도 올해 순탄하지 못할 노사정 관계를 예고한다. 최근 한국노총 위원장으로 당선된 이용득 위원장이 연일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취임하자마자 한나라당과 정책 연대를 파기한 데 이어 민주노총 위원장과 회동하는 등 노동계가 함께 투쟁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노조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올해 싸움판이 될 것으로 엄포를 놓고 있는 한국노총은 오는 24일 노조법 개정을 위한 전국대의원대회를 열 계획이다. 민주노총의 김 위원장도 취임 1년이 지나는 동안 타임오프 등에 대응해 총파업을 이뤄내지 못한 것을 가장 큰 아쉬움으로 꼽고 있어 올해에는 더욱 강력한 투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최근 양대 노총의 분위기가 다소 투쟁적으로 흐르고 있지만, 대화를 통한 합리적인 노사관계 정립은 시대적인 요구”라며, “양 노총과 대화하며 복수노조 시행 등 노사 관계 선진화 작업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사회 일각에선 구태적 강경투쟁 일변도일 경우 시민들의 지지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박도제 기자 @bullmoth>
pdj2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