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23일 연평도 포격 이후 섬을 떠났던 주민들이 속속 귀도하면서 ‘유령의 섬’이었던 연평도에 활기가 돌고 있다. 그러나 당시의 충격과 공포를 떨치지 못한 주민들은 열악한 섬 환경에 또다른 고통을 겪고 있다.
17일 인천시 옹진군청에 따르면 연평도 실거주자 1361명 중 579명이 연평도에 잔류하고 있다. 김포 양곡지구에 있던 647명 중 16일까지 427명이 퇴거했다. 이들을 포함, 친인척집 등지에서 지내고 있는 주민까지 782명이 현재 섬을 떠난 상태다. 그러나 2개월 시한인 김포 양곡 임대아파트 거주기한이 오는 18일로 다가오면서 퇴거한 인원 대다수는 18일 이후 섬으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에게는 16일까지 성금 36억여원과 구호물품 13만점이 전달됐다. 파손된 유리창과 출입문 등 1307개소 중 667개가 교체됐고 연평초등학교에 마련된 임시거주 목조조립시설 39동 중 23동에 19가구가 생활을 하고 있다.
최철영 연평면사무소 상황실장은 “일부 주민들이 양곡 지구에서 더 생활하기를 원해 귀도 시일이 늦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계약기한에 앞서 귀도 신청자들이 속속 섬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귀도한 주민들은 여전히 포격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임시거주시설에 머물러야하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임시거주 조립주택에 입주한 박모(67)씨는 “아무리 임시거주라고 하지만 공동생활을 하는 것은 섬에 나가 있을 때와 별반 달라진 게 없다”며 “영하의 날씨로 수도가 얼어붙어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꽃게잡이를 하는 최모(42)씨는 “봄 꽃게잡이 때문에 당장은 들어와 있지만 불탄 흔적이 여기저기 아직 남아 있는 등 두려워서 예전과 같은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에는 시간이 좀더 걸릴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귀도를 망설이는 이들도 있다. 김순애(52ㆍ여)씨는 “계약도 다 됐으니 임대아파트에서 나가긴 해야 하는데 도무지 연평에 돌아갈 자신이 없다”며 “고향은 너무 그립지만 두려운 곳이 돼 버렸다”며 착잡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태형기자 @vmfhapxpdn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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