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생한 영광원전 5호기 고장 원인이 전동기(모터)안에 들어 있던 드라이버로 잠정 밝혀졌다.
16일 영광원자력본부와 영광원전 환경안전감시센터에 따르면, 지난 4일 발생한 영광 원전 5호기의 발전 정지 원인을 추적한 결과 원자로 냉각재 펌프(ICP) 구동용 모터 안에서 약 30cm 길이의 ‘일(一)자’ 드라이버가 발견됐다.
이 드라이버는 모터의 고정자와 회전자 코일 사이에서 발견됐으며 원전 측은 이 드라이버 끝부분이 회전자 쪽 코일에 닿으면서 쇼크가 발생해 발전이 중단된 것으로 보고 있다.
ICP 구동용 모터는 한번 설치하면 원전 수명(40년)이 다할 때까지 사용할 수 있는 고가의 정밀 기계로, 원전 측은 모터 안에 드라이버가 나오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어떻게 드라이버가 들어갔는지 경위를 파악중이다.
원전 측은 모터를 분해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2002년 5호기 시운전 당시 제조사의 하자.보증기간에 작업자 실수로 드라이버가 들어갔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회전자 오일이 고정자로 새는 문제가 발생해 모터를 분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모터 전원이나 회전 속도(rpm) 값이 항상 정상을 유지해 왔기때문에 그 동안 어떤 점검에서도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최근 계획예방정비를 마치고 모터를 가동할 때 생긴 진동으로 드라이버가 움직이면서 코일을 건드렸을 확률이 높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원전 측은 문제의 모터를 교체하고 고장 3일 만에 5호기의 발전을 재개했지만, 보름 사이 2번이나 고장을 일으킨 5호기는 물론 다른 5개 기에 대한 총체적 안전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고장 때마다 원전 측이 내놓는 ‘발전소 안전성에 영향이 없는 가벼운 고장으로 국제원자력기구 사고, 고장 등급 0등급에 해당된다’는 형식적 해명으로는 지역 주민들의 원전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전 분야 한 전문가는 “드라이버가 나왔다는 것은 정말 어이없는 일“이라며 “지역민으로부터 원전에 대한 신뢰를 얻으려면 정비 체계나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영광 원전 5호기는 상업운전(2002년 5월) 이후 현재까지 총 16건의 고장이 발생하는 등 다른 5개 기에 비해 고장 횟수가 가장 많다. 5호기는 지난 달 20일에도 증기발생기 수위 편차를 점검하던 중 원자로와 터빈발전기가 정지돼 하루 만에 복구됐다.
헤럴드 생생뉴스/online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