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레인에서 반정부시위대와 경찰의 대치 도중 두번째 사망자가 발생해 시위가 더욱 격화될 조짐이다. 외신들은 15일 바레인 수도 마나마 중심부에 수천명의 시위대가 모여 임시 캠프를 짓고 이를 이집트 시민 혁명의 중심지였던 ‘타흐리르 광장’이라 부르고 있다고 전했다.
14일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경찰의 총에 맞고 숨진 므셰이마 알리의 장례식이 열린 이날 경찰과 시위대의 대치 과정에서 사망자가 1명 늘었다. 당시 장례행렬을 해산시키기 위해 경찰은 최루가스와 고무총탄 등을 발사하며 강경 진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추가 사망자가 발생하자 분노한 시위대들은 광장에 텐트를 치고 “경찰 타도” 등의 구호를 적은 플래카드를 펼쳤다.
이들을 달래기 위해 국왕은 이례적으로 국영TV에 나와 사망자들에게 애도를 표하고 진상 조사를 약속했다. 하지만 시위대는 총리 경질, 정치범 석방 등 정치개혁을 요구하며 광장을 떠나지 않고 있다. AP통신은 “바레인이 아랍 분노(anger)의 새 중심지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바레인은 특히 미해군 제5함대가 주둔하고 있는 미국의 주요 동맹국이어서 시위 전개 양상에 관심이 집중된다. 바레인은 예멘 등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부유하고 비교적 정치적 자유를 보장받고 있다. 하지만 수니파 왕조 지배 아래 있는 시아파들이 차별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뿌리깊은 사회적 갈등이 잠복돼있다. 언론도 엄격히 통제되고 있으며 의회는 힘을 쓰지 못하고 왕가가 절대적인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시아파 무슬림이 주축이 된 시위대는 차별 철폐와 실업문제 해소, 정치개혁 등을 요구사항으로 내걸고 있다. 일각에서는 바레인의 시위가 확산될 경우 이웃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차별을 겪고 있는 시아파들이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