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함속 사회적 관심끌기
벼랑끝 전술에 가족 애간장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리해고 철회 등 노동계 현안을 짊어진 근로자가 잇따라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있다. 두 달 이상 이어진 GM대우 비정규직 지회의 고공 농성에 이어 한진중공업 노조,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소속 근로자도 고공 농성에 동참하며 ‘배수의 진’을 치는 모습이다. 15일 고용노동부 및 노동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지회 소속 근로자 2명이 지난 12일부터 서울 양재동 현대차 사옥 인근 대형 광고탑에 올라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농성을 펼치고 있다.
또 한진중공업 노조도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대량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2곳의 크레인을 점거하고 정리해고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이 목숨을 담보로 지상에서 수십미터 떨어진 광고탑이나 크레인에 오르는 것은 그만큼 사안의 절박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최근까지 GM대우 부평 공장 정문 아치에서 64일에 걸친 고공 농성을 펼쳐온 GM대우 비정규직 지회 소속 근로자는 지난 2007년부터 공장 앞에서 천막농성을 지속했다. 1190일에 이르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복직을 요구했고, 폭설이 내리는 한파 속에서도 고공 농성을 지속했다.
현대차 비정규직 지회 소속 노조원도 최근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화를 인정한 고등법원 판결에 따라 하청 근로자를 정규직화할 것을 요구하며 양재동 현대차 사옥 인근 광고탑에 올랐다. 또 한진중공업 노조원은 190명에 이르는 정리해고를 반대하고 있다.
이처럼 고공 농성에 나서는 것은 사안의 절박함도 크지만, 전략전술상 효율성이 매우 높다는 점도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일단 고공 농성의 경우 적은 인력이 투입되지만, 그 상징성이 크다는 점에서 상당한 선전 효과가 있다. 소위 사회적으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장면도 제공된다는 점에서 더욱 효과가 높다는 지적이다.
또한 경찰의 진압이 어렵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벼랑 끝 전술인 만큼 가족과 시민들의 우려도 만만찮다.
박도제 기자/pdj2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