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대국에 올라선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뜨는 중국이 지는 일본을 제쳤다’며 아시아 2대 경제국 사이에 복잡한 감정들이 교차되고 있다고 15일 보도했다.
일본 내각부는 14일 일본의 4분기 GDP가 전년 대비 1.1% 감소했다고 밝혔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의 GDP는 지난해보다 9.8%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 성장률은 일본과 중국이 각각 3.9%, 10.3%를 기록했다. 일본의 지난해 GDP는 5조4700억달러로 중국의 5조8800억달러보다 7%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중국은 연간 GDP에서 세계 2위 경제대국이자 아시아 최고 경제대국에 등극했다.
두 나라의 GDP는 여전히 세계 1위인 미국보다는 훨씬 적은 수준이다. 미국 GDP는 14조6600억달러로 두 나라를 합친 것보다 많다. 하지만 일본이 중국에 세계 경제대국 2위 자리를 내준 것은 한 시대의 마감을 의미한다.
일본은 지난 1967년 서독을 따라잡은 이후 42년간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자리를 굳건하게 지켜왔다. 이번에 순위가 역전된 것은 세계 경제성장의 엔진으로서 중국은 떠오르고 일본은 가라앉았다는 것을 상징한다고 WSJ은 평가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강경파인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 지사는 “중국의 팽창하는 GDP와 거대 인구를 감안하면 일본이 추월당하는 게 당연하다”며 “불행히도 일본의 쇠퇴를 보여주는 다양한 증상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07년 중국이 미국을 대신해 일본의 최대 무역 파트너가 됐고, 중국 수출과 중국 관광객의 덕을 보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중국의 부상을 싫어할 수만은 없는 복잡성을 띠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요사노 가오루 일본 경제재정상은 “일본에게 이웃 국가인 중국의 성장은 축하할 만한 일”이라며 “중국의 확장세는 아시아 동반성장의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재벌 중 하나인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도 “8년 후 중국의 GDP가 일본의 2배가 될 것”이라며 “중국의 부상은 일본의 많은 기업에 기회를 주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중국은 세계 2위 경제대국 부상을 자축하면서도 일찍 터뜨린 샴페인이 독이 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베이징 당국은 세계 2위 경제대국이라는 명패를 접수하는 순간 불필요한 국제적 책임까지 떠안을까 봐 조심스러운 눈치다. 공산당 기관지인 런민르바오(人民日報)는 “중국 GDP가 처음으로 일본을 초월해 세계 2대 경제대(大)국이 됐다. 하지만 2대 경제강(强)국은 아니다”라며 자만심을 경계했다.
중국의 1인당 소득은 일본의 10분의 1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일본의 인구와 맞먹는 1억명 이상의 중국인이 하루 2달러가 안 되는 빈곤인구다.
중국 최대 인터넷 검색 사이트인 바이두(百度)의 리옌훙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에는 일본의 도요타나 소니처럼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기업이 아직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과 일본의 경제규모 역전은 최대 경제강국인 미국에도 큰 의미를 지닌다. 미국에 일본은 경제적 라이벌인 동시에 군사적인 동맹국이었다. 이와 달리 중국은 모든 면에서 잠재적인 도전자라는 점에서 일본보다 훨씬 위협적인 존재가 되고 있다. 한희라 기자/hani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