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오독한 무바라크 연설
시위대 더욱 자극
軍 추가성명은 없어
일부선 쿠데타 예고도
시위대, 군사정권엔 반대
“軍 입장 선택하라” 압박
이집트운명 결국 軍 손에
10일 이집트 육군 대장이 타흐리르 광장에 나와 시위대의 요구가 받아들여지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시위대와 해외 언론들은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예상하며 환호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고 시위대의 기쁨은 분노로 바뀌었다. 일각에서는 군의 쿠데타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는데 향후 군부의 움직임이 이집트의 운명을 가를 변수가 될 전망이다.
▶무바라크 퇴진 전망 극적으로 뒤집혀=이집트 군은 무바라크 대통령 연설에 앞서 ‘성명1’을 내고 “군은 시민의 정당한 요구를 지지한다”며 “이집트를 보호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시위대는 승리의 V자를 그리며 “군과 시민은 하나”라고 화답했다.
하지만 무바라크 대통령이 예상을 깨고 퇴진 거부 의사를 밝히자 무바라크의 결정과 이집트 군의 행보에 대한 분석이 엇갈렸다. 무바라크 연설 이후 군은 추가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군이 성명1에서 언급한 합법적 권력이양은 술레이만 책임 아래 군부가 국가경영을 맡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외신들은 무바라크가 “어떤 외국의 간섭과 명령에도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대목은 사퇴 요구가 외세로부터 왔다고 가정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성난 민심을 잘못 읽은 결과로 오히려 시위대를 더욱 자극하는 결과만 초래했다는 것이다.
시위대의 분노가 극에 달한 가운데 특히 중립을 지켜왔던 군에 대한 입장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은 “이집트군이 어떤 행동을 할지 아무런 아이디어가 없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BBC방송은 “군도 긴장하고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여전히 타흐리르 광장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은 군이 중립이라 믿고 있다”고 밝혔다.
▶군 쿠데타 일으키나=일각에서는 성명1 발표 직전 군 통수권자인 무바라크와 술레이만이 빠진 가운데 군 최고위원회가 열린 것을 들어 쿠데타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집트 최대 야권단체인 무슬림형제단 관계자도 “군사 쿠데타가 일어날 것 같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빌 오그래디 컨플루언스 투자운용 최고 전략가는 “군부 내에서도 소장파들은 시위대에 동조하며 무바라크의 퇴진을 원하는 반면 노장들은 질서정연한 권력 이양이 이뤄지는 가운데 군이 일정 부분 역할을 수행하기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군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릴지, 이를 국민들이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하다. 시위대는 상대적으로 중립을 지켜왔던 군에 신뢰를 보내왔지만 군사정권이 들어서는 데는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위대는 군이 무바라크와 시위대 중 어느 편에 설 것인지 선택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무바라크 하야를 주장하는 시위대들은 대통령궁으로 향할 예정으로 이 과정에서 시위대와 군이 마주치는 것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앤서니 코즈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이집트 군 고위 인사조차 다음에 어떤 조치를 취할지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한편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이날 트위터에 “군의 신뢰성이 위태로운 지경”이라며 군이 즉각 개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