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그호님 등장에 시위 재점화=석방 다음날인 8일 그호님은 이집트 민주화 성지인 타흐리르 광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시위대의 박수와 갈채를 받으며 연단에 올라 “나는 영웅이 아니며 순교한 이들이 바로 영웅”이라고 말한 뒤 “무바라크는 사퇴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수만 명의 시민들이 그호님을 따라 연호하며 시위 분위기는 고조됐다.
시위 3주째를 맞아 정부의 개혁안 발표와 시위 장기화에 대한 여론 악화 등으로 다소 주춤하던 시위대는 그호님의 출현으로 새 국면을 맞게 됐다. 특히 석방 직후 그가 한 방송사와 가졌던 인터뷰가 전국으로 생중계 되면서 8일 광장에는 시위에 관심이 적었던 중산층들마저도 광장으로 이끌어냈다.
상류층 주부인 피피 샤우키(33)는 그호님이 울먹이며 “우리는 이집트를 사랑하고 우리에겐 권리가 있다”고 말한 장면을 TV에서 보고 “함께 울었다”고 말했다. 타흐리르 광장 시위에 처음 참여했다고 밝힌 셔우키는 “그호님이 내 아들처럼 느껴졌고 이곳에 나온 젊은이 모두가 내 아들 같다”고 말했다.
▶정부 개혁 공세에 반응 ‘냉랭’=정부는 7일 추가 개혁안 발표에 이어 8일에도 개헌위원회 및 정치개혁이행 감독위원회 설립을 승인하며 개혁 공세를 이어나갔다. 개헌위원회는 이집트 상소법원장을 위원장으로 6명의 수석 판사와 4명의 헌법 전문가로 구성되며, 대선 입후보 자격 완화 및 대통령 연임 제한 규정을 신설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시위대로부터 즉각 퇴진 압박을 받아온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은 이날 공식일정을 수행하며 임기 유지에 대한 의지를 재천명했다.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도 이날 무바라크 대통령의 즉각 사퇴는 없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위기를 잠재워야 한다며 안정을 강조했다고 이집트 관영 메나(MENA)통신이 보도했다.
그러나 시위대는 정부의 개혁안에 구체성이 결여됐다고 비난하면서 무바라크의 즉각 퇴진이 이루어질 때까지 시위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집트 야권의 핵심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은 대통령뿐 아니라 무바라크 체제의 총사퇴를 요구하며 투쟁결의를 다짐하고 나섰다.
한편, 독일 현지 언론들은 무바라크 대통령의 독일 망명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제기, 관심을 끌고 있다. 독일 시사 주간지 슈피겔은 이날 무바라크 대통령이 건강검진 명목으로 독일 병원들과 협의 중이며 특히 독일 남서부 바덴바덴 인근 뷜 시에 있는 ‘막스-그룬디히-클리닉 뷜러회’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美, 이집트 지도부 비난=미국마저 술레이만 부통령을 비난하고 나서면서 정부 쪽으로 기울던 사태 국면은 혼란을 맞고 있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7일 술레이만 부통령이 이집트는 민주주의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됐으며 반체제 인사 억압 조치를 해제할 때가 아니라고 최근 밝힌 데 대해 “명백히 도움이 안 되는 발언”이라며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이와 관련, 이날 조 바이든 미 부통령은 이집트 주민의 열망에 부응해 즉각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진전을 만들어 내라고 술레이만 부통령에게 촉구했다. 바이든은 이집트 정부의 약속을 즉각 이행하도록 요구하는 한편 ▷ 집회와 표현의 자유 허용 ▷ 계엄 즉각 해재 ▷ 광범위한 야당인사 포함한 대화 폭 확대 등을 추가로 요구했다.
유지현 기자/ prodig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