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사태가 3주째로 접어든 7일 정부가 부정ㆍ부패 철저 조사 및 공무원 임금 인상 등 추가 개혁조치를 발표하며 시위대에 ‘유화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반 정부 시위를 이끄는 무슬림형제단과 수천 명의 시위대는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즉각 퇴진하지 않을 경우 대 정부 협상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밝혀 이집트의 정국 불안정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정부 유화책에 시위대 “대화 불응” 응수=여ㆍ야가 처음 대화에 나선 지 이튿날인 이날 무바라크 대통령은 총선 관련 부정 사건 재조사 및 전ㆍ현직 고위 관료의 부패 혐의 조사를 지시했다고 이집트 관영통신 메나(MENA)가 전했다. 정부는 또 공무원 급여 15% 인상 및 야간 통행금지 3시간 단축, 해외투자 유치 등 추가 개혁조치를 내놓았다. 하루 전 정부는 언론자유 및 공정선거, 개헌위원회 구성 등의 타협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집트 최대 야당인 무슬림형제단과 반 정부 시위대인 ‘4.6 청년운동’ 등은 정부의 개혁안에 대해 “시간을 벌기 위한 수작”이라 일축하며 무바라크 대통령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타흐리르 광장을 점거한 수천 명의 시위대는 재야 단체의 대표성을 인정할 수 없으며 대통령 퇴진 전에는 정부 측과 대화에 응하지 않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과 6일 협상테이블에 앉았던 무슬림형제단은 “대 정부 대화를 포함한 모든 상황을 재고하고 있다”고 밝혀 무바라크 대통령의 사퇴 없이는 대화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역시 미국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무바라크 대통령이 “정치적 책임을 지고 권력을 이양한 후 물러나야 한다”고 언급, 무바라크 대통령의 조기 퇴진을 거듭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무바라크 대통령은 새 내각 구성 후 처음으로 전체 각료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오는 9월 대선까지 임기를 채우겠다는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술레이만 부통령이 주재하는 여ㆍ야 지도자 협상 이후 정부가 발표한 성명에서도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임 언급이 전혀 없는 데다, 이날 협상에서 사실 상 무바라크 대통령의 임기 유지에 여ㆍ야가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와 시위대 간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무슬림형제단은 차기 대권 도전에 나서지 않을 것이며 다음 의회 선거에서도 다수당 지위를 차지하려는 욕심이 없다고 밝혔다. 무슬림형제단의 에삼 엘-에리언은 “군부 독재 체제에서 일당 독재 체제로 옮겨갈 수는 없다, 우리는 복수정당 체제를 원한다”면서 “이번 혁명에서 우리 당은 어떠한 이익도 얻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시민들의 혁명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7일 보도했다.
▶타흐리르 광장선 평화시위 계속=이집트 민주화 시위 14일째인 7일에도 젊은이들을 포함한 수천 명의 시민들은 이집트 민주화의 성지가 된 타흐리르 광장에 텐트를 치며 자리를 지켰다. 주변 치안을 담당하는 이집트 군부대가 광장 정상화를 위해 시위대를 한쪽으로 모으려 시도하는 와중에 몇몇 충돌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평화적인 분위기가 이어졌다.
시위에 참여한 모하메드 셸라비는 “군인도 시위대도 지쳐 있지만 질서를 위해 서로 협조하고 있다”면서 “대중교통이 다니는 길을 만들기 위해 시위대가 자리를 옮겼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들 시위대가 무바라크의 퇴진 이후 또 다른 권위주의 독재자의 출연을 염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UN은 ‘나일 혁명’으로 불리는 이번 시위로 현재까지 약 300여명이 사망했다고 추정했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