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11일 주식시장을 뒤흔든 ‘옵션쇼크’의 주범으로 지목된 글로벌투자은행이 파생상품 거래와 연계된 주가조작사건으로 유죄 선고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조한창 부장판사)는 도이치은행의 손실을 줄이려고 주가를 조작한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로 기소된 도이치증권 홍콩법인의 전 한국 담당이사 손모 씨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종가 시간대에 공신력 있는 외국계 대형증권회사가 일시적으로 대량매수 주문을 제출하면 매매거래의 성황인듯한 오인을 유발해 일반투자자의 거래를 유인할 가능성이 있고 손씨의 지위나 경력을 고려할 때 이를 인식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단 공소사실 가운데 손씨가 시세조종으로 도이치은행이 15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얻게 한 혐의는 무죄라고 판단했다.
손씨는 도이치은행 런던지점이 대한전선으로부터 한미은행 주식을 매수하면서 맺은 ’낙 아웃(Knock-Out)옵션계약‘의 해지업무를 담당했는데 주가를 행사가격 이상으로 형성해 은행의 손실을 피할 목적으로 2004년 2월 주식 4만주를 고가주문하는 등 시세를 변동시키는 거래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계약에는 주가가 1만5784원(낙 아웃 가격) 이상이면 모든 옵션계약이 소멸한다는 조건이 있었고 당시 주가가 1만5800원 전후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자 손씨는 종가를 낙 아웃 가격 이상으로 올리려고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작년 11월11일에는 장 마감 직전 10분간 매도차익거래 총 물량 2조4000억원가운데 97%인 2조3000억원이 도이치증권 창구를 통해 매도 주문되면서 코스피지수가 53포인트나 급락하는 ’옵션쇼크‘ 사태가 벌어졌다.
금융감독원은 이와 관련해 도이치은행과 도이치증권에 시세조종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사건을 넘긴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번 판결이 지난해 옵션쇼크 사건을 비롯해 검찰이 수사 중인 여러 건의 파생상품 주가조작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