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시위대의 거센 사임 요구에 직면한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명예 퇴진을 모색 중이라는 외신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5일 외신에 따르면 아흐메드 샤피크 이집트 신임 총리는 4일(현지시간) 알-후라 TV방송에 출연해 무바라크 대통령이 명예로운 하야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달 30일 반정부 시위사태 와중에 임명된 샤피크 총리는 국민 다수는 오랫동안 이집트를 통치한 무바라크 대통령을 예를 갖춰 명예롭게 대우하고 존경하기를 원한다면서 이 같은 방식은 이집트인의 천성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1일 연설에 이어 3일 미국 ABC 방송 인터뷰에서도 지금 당장 물러날 의사가 있지만 국가적 혼란을 우려해 사임하지 않겠다고 겉으로는 거듭 퇴진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정치외교분쟁 전문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그룹(ICG)의 엘리야 자르완은 무바라크 대통령은 퇴진하면 모든 것을 잃을 뿐만 아니라 처벌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지 정치외교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무바라크 대통령이 헌법을 이용해 명예로운 퇴로를 모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카이로 알-아흐람 정치전략연구소의 디아 라슈완은 이집트 헌법 139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부통령에게 자신의 권한을 위임할 수 있으며 입헌군주제하에서 대통령은 명예직이 된다고 설명했다. 라슈완은 자신과 독립성향의 유명인사들로 이뤄진 단체 ‘이집트 현인회’가 과도정부를 이끄는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에 이 같은 방안을 건의했으며 이를 논의하기 위해 다음날 술레이만 부통령을 만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르완도 시위자 상당수가 술레이만 부통령의 과도정부에 권력을 넘기는 방안에 만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전날 미국 정부 관계자와 아랍 외교관들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무바라크 대통령이 즉각 물러난 뒤 과도정부에 권력을 이양하는 방안을 이집트 당국과 논의 중이라고 보도해 무바라크 즉각 사임설에 힘을 실었다.
한편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이집트에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앞으로 양국 관계는 중동지역의 안전과 안보, 안정을 계속 보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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