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지주는 최근 영업 정지로 매물로 나온 삼화저축은행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데 이어 지난달 31일에는 부동산 신탁회사인 한국토지신탁까지 인수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며 LOI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우리지주 측 관계자는 “서민금융과 부동산금융 자회사를 편입해 그룹 내 비은행 부문을 확대하는 차원”이라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부문별 영업력을 강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우리지주의 이 같은 잇따른 인수 시도에 대해 시장에서도 상당히 수긍하는 분위기다. 우선 우리지주가 인수하고자 하는 매물들의 가격이 당장 지주의 경영 전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삼화저축은행의 경영권의 경우 500억~700억원, 한국토지신탁 경우 1000억원이 조금 넘는 수준의 가격대로 시장에서 언급되고 있다. 금융그룹으로서 우리지주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시도라는 점에서 예금보험공사 및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크게 반대하지 않는 규모의 계열 확대인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우리지주의 자회사 확대계획이 최근 우리지주 신임 회장 후보 선출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연임 의사를 우회적으로 공개한 이 회장의 최근 언급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이 회장은 지난달 한 행사장에서 “연속성은 항상 좋은 것”이라며 “기업도 지속 가능해야 하며 하던 일을 마무리하는 것이 좋은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우리지주의 민영화 계획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지난해부터 추진해오던 자회사 확대계획 역시 연속성 있게 추진돼야 함을 강조한 발언이기도 하다. 재임 중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자회사 확대 등을 자제해온 이 회장은 최근 시장 회복기를 틈타 새로운 수익 분야를 개척하는 차원에서 자회사 확대를 추진해왔다. 특히 지난해 말 공자위가 우리지주의 민영화 계획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향후 재개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을 감안한다면 이번 인수건들은 민영화 이전에 마무리할 수 있는 사업 영역이기도 하다.
연임을 위해 막판 인수계획을 내놓았다는 것은 억측에 가까울 수도 있지만 그간 이 회장이 물밑에서 추진해오던 비은행 부문 영역 확대가 임기 후반에 빛을 보는 것만은 확실하다.
우리지주가 저축은행과 부동산 신탁회사를 인수하게 되면 손해보험과 대부업체를 제외한 전 금융 부문을 아우르는 금융그룹으로 등극하게 된다. 명실상부한 국내 1등 금융회사로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박정민 기자/boh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