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개각에도 불구하고 반(反)정부 시위대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미국이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사실상 접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위대는 물론 군부까지 무바라크에 부정적이라는 보도가 나오는 등 더이상 무바라크 집권은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30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이집트 시위사태와 관련 민주적 개혁을 이행하는 정부로의 ‘질서있는 이행(orderly transition)’을 촉구했다. 이집트 반정부시위 발생 이후 미국 고위 당국자가 ‘이행’이라는 말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31일 “클린턴 장관이 사용한 ‘이행’이라는 단어는 9월 대선까지 이집트를 통치할 과도정부를 암시하는 매우 주의깊게 선택된 단어”라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이와관련 AP통신은 미 국무부가 전직 주(駐) 이집트 대사 출신인 프랭크 위즈너를 이집트로 보내 이집트 관료들에게 정치, 경제적 변화를 받아들이고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를 것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AP는 또 미국은 무바라크가 오는 9월 대선에 출마하지 않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고 2명의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한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31일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과 통화를 했던 전(前) 미 국가정보위원회(NIC) 자문 출신 스티븐 코헨을 인용 “술레이만과 모하메드 탄타위 국방장관은 무바라크의 권력 이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헨은 “술레이만과 탄타위는 군부와 시위대 간 직접 대화가 없었던 점을 우려하고 있는데 이는 곧 무바라크는 ‘게임 오버’라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행(transition)’과 관련 다양한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며 “지난해 11월 구성된 이집트 의회를 야당인사를 포함해 재구성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선거를 치르는 방법도 그중 하나”라고 전했다.
한편 미국 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 등 서방 세계도 ‘이집트의 평화적 이행’과 공정선거를 촉구하고 나섰다. 유럽연합(EU)은 31일 27개국 외교장관 명의의 성명을 채택해 이집트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를 것을 요구했다. EU는 성명에서 광범위한 과도정부를 출범 시킨 뒤 민주선거를 치르는 방식으로 점진적인 접근을 해 나갈 것을 촉구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1979년 이란에서 발생한 이슬람 혁명이 이집트에서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