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가족화, 맞벌이 증가로 가족의 범위가 좁아지고 있다. 1인가구, 한부모 가족 등 가족의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결혼 이민자수도 20만명을 넘어 2015년에는 47만명으로 인구의 1%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족의 형태가 변하고 다양해질수록 정부의 가족정책도 그에 따라 세분화돼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정부가 향후 5년간 가족정책의 근간을 발표했다.
제2차 건강가족기본계획은 퇴색돼 가는 가족의 의미를 다시 찾기 위한 정부의 중기적 로드맵이다. 이 로드맵 작성의 선봉에 선 이가 이복실(50) 여성가족부 청소년가족정책실 실장이다.
행시 28회로 1985년 공직을 시작한 이 실장이 사무관 시절만해도 여성의 공직 진출이 드물었던 시기이다. 여성들은 대학 졸업 후 교직이나 은행에 취직하던 것이 일반적이었던 시절이다. 게다가 일반 기업체는 ‘군필자’로 지원자격을 제한하고 있을 때였다. 어느날 부서 내 국장은 “남편이 돈을 못 버냐”며 “직장 생활을 왜 하냐”고 물어오기도 했다.
영유아보호법이 제정된 것이 지난 1991년. 두 딸의 어머니이기도 한 이 실장이 출산을 했을 당시만해도 남성적인 문화가 세상을지배하고 있었다. 육아 휴직은 고사하고 산후 휴가도 2개월에 불과했다. 이 실장은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이들 양육은 꿈도 못 꿀 상황이었다”며 “지금에 와서 그때를 떠올리면 여성과 가족정책에 갖는 애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요즘은 오히려 여성 사무관들이 더 많은 것을 보면서 격세지감을 느낄 때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성적도 우수할 뿐 아니라 이전 세대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도전정신도 투철해 이들에게서 양육의 부담을 줄여줘야겠다는 생각도 이 실장을 업무추진에 매진하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사무관 시절을 떠올리면 이 실장은 아직도 “가사일을 못한 것에 대해 일종의 죄의식을 갖고 있다”고 했다. 여성의 입장에서 여성 정책을 입안하고 있지만, ‘아프락삭스의 껍질’을 깨는 것 만큼이나 자신부터 인식을 바꾸는 게 어렵다는 것을 실토했다.
그러나 이 실장은 한국 사회에서 젊은 직장여성들이 자신의 전철을 밟지 않고,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부담에서 조금이라도 자유로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재 이 실장은 보건복지부, 노동부 내 여성 실장과 함께 행정고시 출신 여성 1급 공무원 트로이카 중 한명이다. 이 실장은 “전체 고위공무원 숫자를 보면 3명은 너무 적다. 더 많은 여성 고위공무원이 나와야 한국 사회가 보다 여성친화적이 될 것”이라며 젊은 후배들의 분발을 당부했다.
<이태형기자 @vmfhapxpdn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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