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병 앓는 준빈이 母子의 우울한 명절
“으아악~.” 몸이 굳어가는 희귀병에 걸린 안준빈(10) 군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이렇게 비명을 지른다. 3분마다 한 번씩 몸이 강하게 조이는 듯 강직돼서다.
준빈이는 스스로 몸을 움직일 수 없다. 음식도 씹지 못한다. 또래 친구들은 설날이라며 한껏 들떠있지만 준빈이는 떡국 한 그릇 먹을 수 없다. 준빈이에게 설날은 그저 평소처럼 아픈 ‘하루’일 뿐이다.
어머니 김모(37) 씨는 비명을 지르는 준빈이를 볼 때면 가슴이 미어진다. 김 씨는 “몸에 쥐가 나는 것보다 몇십 배는 더 아프다고 하더라”면서 “그 고통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눈물을 보였다.
준빈이가 앓고 있는 병은 부신백질이영양증. 유전질환으로 몸 안의 ‘긴사슬 지방산’이 분해되지 않고 뇌에 들어가 신경 세포를 파괴하는 희귀병이다. 발병 6개월 만에 시력과 청력을 잃고 2년 안에 식물인간이 돼 결국에는 목숨도 잃을 수 있다.
심한 고통이 계속되지만 멈추게 할 방법은 없다. 고통을 조금이나마 완화하기 위해 아미노산을 먹이는 것이 고작이다. 지난 2008년 5월까지만 해도 준빈이는 건강한 소년이었다. 6월부터 갑자기 움직임이 느려지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했다. 시력은 정상이지만 사물을 인지하지 못하고 언어 장애까지 생겼다. 그해 10월 서울대병원에서 부신백질이영양증 확진 판정을 받았다.
김 씨는 준빈이가 병을 앓기 시작한 후 1년이 지난 2009년 7월께 남편과 이혼했다. 시댁 식구와 남편은 준빈이의 병이 조선족인 김 씨로 인한 유전질환이라며 모든 책임을 떠넘겼다.
이혼 후 김 씨는 경기도 부천시에 있는 전세 2500만원짜리 다가구주택에서 준빈이, 동생 홍빈(5)이와 살고 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장애아동수당과 생계지원비 등 110여만원이 소득의 전부다.
하지만 한 달에 준빈이가 먹어야 하는 아미노산 값 만해도 약 88만원. 세 식구가 생계를 이어가기엔 정부 지원금은 턱없이 부족하다. 병원 진료비용으로 쓴 1500만원도 고스란히 빚으로 남아 있는 상태다.
준빈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물리치료사다. 몸을 움직일 수 없어 집으로 찾아와 물리치료를 해주는 전문 치료사를 고용해야하지만 엄두도 못내고 있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탓에 어린이용 기저귀도 꼭 필요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김 씨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매일 성당에 나가 준빈이의 병을 낫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김 씨는 맑고 큰 눈망울을 깜빡이는 준빈이의 손을 꼭 붙잡으며 말했다. “준빈이는 건강해집니다. 예전처럼 뛰놀면서 엄마 이름을 불러줄 거예요. 꼭 그렇게 될 거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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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