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서 정상회담 개최
“양국 전략적 협력 강화”
남미 대륙에서 여성 정치시대를 이끄는 양대산맥이 만났다. 지우마 호세프(63) 브라질 대통령과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57)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31일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전략적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남미 ‘우먼파워의 만남’으로 관심을 모은 이날 회담에서 두 정상은 통상ㆍ투자, 에너지, 과학기술, 정보통신, 농업, 환경, 사회 등 각 분야의 협력 확대방안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두 정상은 회담을 마친 뒤 핵에너지 연구 및 다목적 원자로 공동 건설, 브라질 남부지역과 아르헨티나를 잇는 다리 건설, 양국 접경지역 내 수력발전단지 조성 등 10여개 분야의 협력 협정에 서명했다.
두 정상은 기자회견에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라틴아메리카의 거대한 잠재력을 대표하는 국가”라면서 “양국은 물론 남미 지역의 발전을 위해 공동노력하고 국제무대에서 남미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월 1일 취임한 호세프 대통령은 첫 외국 방문지로 아르헨티나를 선택함으로써 남미 우선 외교노선을 분명히 했다. 호세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유엔과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의 개혁을 촉구하는 한편 환율전쟁과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정상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향후 양국관계는 물론 남미통합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외교협력 행보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호세프 대통령의 아르헨티나 방문은 남미에 뿌리깊게 박혀 있는 여성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는 동시에 오는 10월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페르난데스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는 의미도 있다. 이와 관련, 호세프 대통령은 이날 “국민의 직접ㆍ민주 선거로 여성 대통령을 선출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가장 발전된 사회를 가진 국가”라면서 “나와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세프 대통령은 협정 서명에 앞서 페르난데스 대통령과 함께 아르헨티나 인권운동의 상징적 존재인 ‘5월 광장 어머니회’ 및 ‘5월 광장 할머니회’ 회원들을 만나 환담했다. 호세프 대통령은 과거 브라질의 군사독재정권 시절 반(反)정부 투쟁 조직에서 활동하다 1970년 체포돼 3년간 수감생활을 하며 고문을 당한 피해자여서 이번 만남이 더욱 각별하게 인식되고 있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