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변했는데도 ‘아내는 조용히 소나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남성들이 버젓이 존재한다. 이들의 상당수는 KBS2의 ‘개그콘서트’의 인기코너 ‘두분토론’에서 남자는 하늘이라고 열변을 토하는 ‘남하당’의 대표에게서 음흉한 카타르시스 내지 ‘옛날이 좋았다’며 향수를 느낄 법하다.
유독 아내와는 타협을 하지 않는 가부장적인 남편들, 이번 설 연휴 기간에도 이런 태도에 변화가 없다면 원망의 눈빛 가득한 아내의 얼굴을 마주 대할지도 모를 일이다.
연휴가 길면 길수록, 일가친척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제삿상 음식 준비는 아내들 허리에 강한 압박을 가하고, 설거지 거리는 산더미같이 쌓여 그렇지 않아도 냉랭했던 부부 사이의 한랭전선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 수 있기 때문.
단기적으로는 설 연휴에 전쟁없이, 장기적 안목에선 백년해로하는 동안 큰 말다툼 없이 부부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팁에 관심이 모아진다. 단순히 남편도 가사를 도와야 한다는 차원은 조금 진부하다. 아내의 마음을 얻고 그의 꿈 속으로 과감하게 들어가는 것이다. 돈, 별로 들지 않는다.
기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삼성경제연구소의 지식정보 사이트 세리CEO를 통해 김숙기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장은 실제 이런 행동을 실천에 옮겨 아내로부터 왕대접을 받고 있는 50대 남성을 자신의 지인이라며 소개했다.
김 원장에 따르면 이 남성 A씨의 외모는 두 번 보기는 싫을 정도로 생겼다. 하지만 그의 아내는 A씨를 세상에 둘 도 없는 왕처럼 대접한다.
비결은 몇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아내는 관리 대상이 아닌 키워야 하는 상대라는 것. A씨는 아내에게 지구본과 돼지저금통을 선물했다. 아내가 TV를 시청하다가 “젊었을 때 배낭여행이라도 가볼 걸 그랬어”라는 말을 듣고서다. 지구본은 아내가 가고 싶은 나라를 지목하는 용도였고, 돼지저금통은 1000원씩 모아 나중에 돈이 불어나면 그 나라로 함께 여행을 가자는 취지였다. 아내의 꿈을 독려하는 것만큼 금슬을 더 좋게 하는 방법은 없는 셈이다.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김주원의 명대사 “이 여자가 나한텐 김태희고 전도연이야”도 A씨의 비책이었다. 바로 아내를 아이의 엄마가 아닌 여자로 본다는 것. 김 원장에 따르면 A씨는 틈 날 때마다 아내에게 “연예인이나 한 번 해보지 뭐했어”라고 하며, 싸구려라도 아내를 위한 작은 선물을 주며 “당신한테 너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애정 표시를 한다. 손발이 오그라들 수 있는 멘트이지만, 아내는 남편하기 나름이고 실제로 효과가 있다고 김 원장은 전했다.
아울러 아내에게 돈을 맡기는 것도 남편이 극진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핵심적 방법이라고 했다. 김 원장은 “돈은 신뢰의 척도”라며 “돈을 아내에게 맡기는 건 ‘내가 당신을 이렇게 신뢰하고 있다’는 표현이고, 가계부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부부 사이가 좋을 때 보여달라고 말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홍성원 기자@sw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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