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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적들 합숙하며 범행모의.. “해적 국제사법단죄 전형되도록 최선”
아덴만 해적이 압송된 30일 새벽 영장심사에서 구속까지 긴박한 일정을 보냈던 남해해경청 특별수사팀은 압송 첫날 적절한 휴식과 자유스러운 분위기로 건강을 보장해 주면서도 전략적인 접근으로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장 큰 수확은 해적들에게 최고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는 살인미수죄 적용으로 압박해 석해균 선장에게 총기를 난사한 해적을 구체적으로 지목토록 한 것이다. 그들에게 주어진 첫날의 ‘여유’는 그러나 31일부터 이어질 ‘고강도’ 수사의 서막에 불과했다.

총 50여명으로 꾸려진 수사팀은 이들의 4가지 혐의를 입증해 국제사회에서도 소말리아 해적의 준동에 대한 사법적 단죄의 모범을 보이기 위해 치밀하게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특히 1일 오만 현지에서 출발해 오는 2~3일쯤 귀국할 것으로 예상되는 선원이 귀국할 경우 수사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어제 7시간동안 조사를 마치고 영도유치장에 수감된 해적들은 제공된 식사를 모두 비우고 충분한 숙면을 취한 후, 오전 9시36분 수사본부로 이송돼 조사를 받고 있다.

해경 특별수사본부는 선원들의 진술서와 진압 당시 촬영한 동영상을 증거로 제시하며, 혐의입증에 더욱 주력할 방침이다. 어제 한때 자신이 석 선장을 쐈다고 인정했던 모하메드 알아이(23)는 현재 말을 바꿔 “자신이 쏜것이 아니라, 진압당시 사살된 동료가 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해경은 아주대학병원에 입원중인 석 선장의 몸에서 제거한 총탄을 부산으로 가져와 정밀 감식을 진행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해적들이 피랍당시 사용했던 총기와 석 선장의 몸에서 나온 총탄의 종류 등을 면밀히 분석한 뒤, 석 선장을 쏜 해적을 가리는 중요한 증거로 삼겠다는 것이다.

첫날 조사에서 해적들은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하기 15일전부터 합숙하며 범행을 모의한 것으로 확인돼 해적들이 삼호주얼리호를 미리 지목하고 납치했을 가능성에 대해 집중적인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삼호주얼리호와 지난해 피랍된 삼호드림호는 동일하게 부산지역 삼호해운 소속의 석박이기에 해적들이 애초에 같은 해운사의 선박을 겨냥해 납치를 모의했는지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금미305호의 피랍상황과도 맞물려 해적들이 소속된 조직과의 연계성도 조사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조사가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가장 큰 변수는 역시 3단계로 진행되는 통역이다. 수사기법상 수사관과 피의자간의 감정적 교류가 중요하지만 3단계 통역을 통하면서 피의자들이 수사관의 질문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요한 순간 피의자들의 자백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수사관들의 노하우가 전달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3단계 통역을 통한 조사는 이 때문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것이 수사과정의 딜레마가 되고 있다.

또 종족을 중요시하는 소말리아의 문화도 해적수사의 또다른 난관으로 지목되고 있다. 자신들 보다도 부족이나 조직을 우선시해 부족에 누가되는 증언을 회피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슬람교도로 확인된 종교도 이들의 침묵에 또다른 이유가 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또한 해적들 중 3~4명이 군인출신으로 알려져 철저한 훈련을 통해 생포됐을 시에 대처요령 등이 숙지됐다면 순순히 진술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어쨌든 해경 수사본부측은 본격적인 조사가 진행되면서 이들의 혐의 입증에 자신하는 모습이다. 이미 해적행위 등 부가적인 혐의를 대부분 시인하고 있는데다 석 선장을 살해하려 했다고 한차례 시인을 했기 때문에 해적들을 분산 수감하면서 조사를 진행한다면 혐의를 입증하는데는 문제가 없다고 자신하고 있다.

또한 석 선장의 상태가 수술후 점차 나아지고 있고, 선원들의 귀국도 며칠 남지 않아 대질신문을 통해서라도 총격 범인을 가려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윤정희 기자 @cgnhee>

cgn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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