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ㆍ태광그룹 비자금 사건 수사를 지휘해 온 남기춘(50ㆍ사법연수원 15기) 서울서부지검장이 28일 사의를 표명했다.
남 지검장은 이날 오전 11시24분께 검찰 내부 통신망에 “이제 떠날 때가 된 것 같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다”는 법정 스님의 저서 ‘아름다운 마무리’의 한 구절을 인용해 인사글을 올렸다.
사실상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며, 남 지검장의 사표는 대검찰청을 거쳐 법무부 장관에게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내에서도 ‘잘드는 칼’로 통했던 남 지검장의 사의표명을 놓고 서부지검이 진행 중인 대기업 관련 수사가 지지부진 했던 게 영향을 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날 오전부터 고등검사장을 비롯한 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 인사가 조만간 단행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면서 검찰 조직이 술렁이고 있다.
검찰과 법무부 등에 따르면 이귀남 법무장관은 전날 청와대에 노환균(14기) 서울중앙지검장의 교체를 핵심적인 내용으로 하는 검찰 고위간부 인사방안을 보고했으며, 일부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현재 수정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날, 늦어도 주말을 전후해 고검장급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인사는 고검장을 중심으로 일부 전보하는 방식이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각종 중요 사건의 수사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장에는 채동욱(14기) 대전고검장이 유력한 가운데 박용석(13기) 법무연수원장도 물망에 올라 있다.
노 지검장은 대구고검장이나 법무연수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차동민(13기) 대검 차장과 한상대(14기) 서울고검장, 박 법무연수원장과 황희철(13기) 법무 차관을 맞바꾸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법무부와검찰 사이에 일부 이견도 있는 것으로 전해져 최종적으로 어떻게 조율될지 주목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지난해 7월 고위간부 인사에서 고검장급 9명이 모두 유임되는 등 큰 인사가 없었는데다 노 지검장이 업무강도가 가장 높은 서울중앙지검장을 2009년 8월부터 장기간 떠맡고 있다는 점 등에서 고검장급 전보인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반면 김준규 총장의 임기가 종료되는 6개월 뒤에 다시 대규모 고위간부 인사가 단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지금 고검장 인사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견해도 있다.
<홍성원 기자@sw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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