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요신문 ‘뉴스 오브 더 월드’가 유명인사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도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언론의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공영방송 BBC는 27일 ‘뉴스 오브 더 월드’의 유명 인사에 대한 도청 행위가 예전에만 이뤄진 것이 아니라 지난해까지도 지속됐음을 보여주는 문건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휴대전화 메시지를 도청당한 것으로 확인된 사례는 전 노동당 각료를 지낸 크리스 브라이언트 의원을 비롯해 시사평론가 맥스 클리포드, 스포츠계 인사인 고든 테일러, 자유민주당 사이먼 휴 의원, 모델 엘르 맥퍼슨 등이다.
이 가운데 테일러와 클리포드는 뉴스 오브 더 월드를 상대로 각각 소송을 내 각각 70만 파운드, 100만 파운드의 합의금을 받았다.
또 유명 여배우 시에나 밀러를 비롯해 코미디언 스티브 쿠건, 최근 여성비하 발언으로 해고된 스카이 스포츠 축구 해설자 앤디 그레이 등도 이 신문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 2009년 7월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을 비롯해 유명 팝가수 조지 마이클 등 도청 피해자가 3000명에 이른다고 보도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고든 브라운 전 총리가 자신의 메시지 도청 여부를 수사해달라고 의뢰하기도 했다.
이 사건의 여파로 총리실 공보 총책임자가 사퇴한 데 이어 전 총리가 자신의 휴대전화가 도청당했는지 여부를 수사해 달라고 의뢰했으며 이 사건을 수사해온 경찰까지 감찰을 받을 상황에 처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05년 ‘뉴스 오브 더 월드’의 왕실 담당기자 클리브 굿맨이 왕실 측 휴대전화 음성 메시지를 도청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작됐다.
굿맨이 윌리엄 왕자의 무릎 부상 기사를 작성한데 대해 왕실이 수사를 의뢰하면서 한 사설탐정이 왕실 측근들의 휴대전화 음성 메시지를 도청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기사가 작성된 사실이 밝혀졌다.
이 기자는 지난 2007년 1월 징역 4개월이 확정됐고 지난 2003년부터 편집인을 맡아온 앤디 쿨슨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쿨슨은 지난해 5월 보수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를 보좌하는 공보 총책임자를 맡아 왔으나, 줄곧 도청 혐의를 부인해왔으며 언론의 집중적인 보도로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가 힘들어졌다며 지난해 11월 경찰 조사를 받고 사퇴했다.
그러나 ‘뉴스 오브 더 월드’가 최근 쿨슨과 함께 일했던 이안 에드몬슨 부국장 등 2명의 고위 편집 책임자를 해고하면서 도청이 광범위하게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경찰은 문제가 확대되자 “새로운 중요한 정보를 입수했다”면서 전면적인 재수사에 착수한다고 26일 발표했지만, 경찰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의혹까지 일고 있어 경찰 또한 감사를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뉴스 오브 더 월드’는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 소유로 연예인, 정치인, 스포츠계 인사 등 유명인들의 사생활을 집중적으로 캐내는 일요신문이다.
일각에서는 ‘뉴스 오브 더 월드’가 스카이 뉴스, 더 타임스, 선데이 타임스 등과 함께 루퍼트 머독 소유라는 점을 들어 BBC와 가디언, 텔레그래프, 미러 등 ‘비 머독 계열’ 언론매체들이 이번 사건을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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