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신참 전의경을 상대로 대대적인 ‘소원수리’를 받은 결과,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전의경 부대 내 구타·가혹행위의 진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 26일 특별점검팀을 꾸려 1차로 서울과 경기, 인천, 충남, 대전 등 5개 지방청에 배치된지 6개월이 안된 전의경 2334명(117개 중대)을 상대로 구타나 가혹행위를 당한 피해사례를 당했는지, 당했다면 언제, 어떻게, 얼마나 당했는지 적어내도록 했다.
그 결과 45개 중대 191명이 괴롭힘을 당했다고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전의경이 전체 1408명인 서울이 116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 43명(전체 542명), 인천 14명(전체 225명), 대전 9명(전체 85명), 충남 9명(전체 74명) 순이었다.
이 가운데 69명은 맞은 적이 있다고 썼고, 나머지 122명은 가혹행위 또는 언어폭력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신고된 가혹행위는 아무리 기강이 필요한 부대라 하더라도 20대 초·중반의 젊은이들이 했다고는 믿을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
한 전의경은 “잠을 자는데 코를 곤다며 (선임이) 뺨을 때렸다”고 했다. 그런가하면 “배가 불러도 밥을 많이 먹도록 강요당했다”고 털어놓은 대원도 있었다.
선임이 암기사항을 강요하고 일부러 시비를 걸거나 TV 시청을 금지하는가 하면 웃지 못하게 하는 것은 그마나 일반적 사례였다.
양손을 깍지끼고 가슴에 얹고서 부동자세로 똑바로 누워 자게 하고, 일정한 행동을 반복하게 하는 ‘개스’라는 괴롭힘도 있었다.
심지어는 선임이 후임의 몸에 자신의 몸을 밀착시키며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행동을 하는 성추행 사례도 나왔다.
경찰은 별다른 피해사례 없이 ‘상담을 받고 싶다’고 적어 낸 이들도 있다고 밝혀 앞으로 피해 사례는 더욱 다양하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전날 피해 신고를 한 전의경을 부대로 복귀시키지 않고 지방청 수련원 등에 보냈다. 앞서 경찰은 해당 전의경의 짐을 모두 싸서 집합하게 했다. 신고를 한 뒤 부대에 돌아갔을 때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보복을 원천봉쇄한 것이다.
경찰은 이들을 보호, 관리하면서 각 지방청 청문감사관실에서 1차로 사실 관계를 조사하도록 한 뒤 사안에 따라 형사처벌할 만한 행위가 발견되면 수사할 방침이다. 자체 징계, 형사처벌 등 사안의 경중을 따지는 기준도 마련할 예정이다.
피해 전의경은 앞으로 원하는 부대로 보내주거나 지방청 직속의 ‘교통 도보대’를 신설해 이들을 관리할 예정이다.
경찰은 이날도 강원, 경북, 대구, 경남, 부산, 울산, 충북, 전북, 전남, 광주, 제주 등 나머지 11개 지방청에서 괴롭힘 피해 사실을 접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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