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경’이 정부과천청사로 돌아왔다. 이번엔 기획재정부가 아닌 지식경제부다.
27일 오전 이명박 대통령은 최중경 지경부 신임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야당의 강력한 반대에도 최 장관 임명은 강행됐다.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국회 청문회 보고서 채택 없이 장관을 임명한 사례는 이귀남 법무부 장관, 임태희 전 노동부 장관, 김성호 전 국정원장,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등 소수에 불과하다. 적지 않은 부담을 안고 시작하는 셈이다.
최 장관에게 과천청사는 의미가 각별하다. 지금까지 과천청사를 떠난 두 번 모두 불명예 퇴진이란 꼬리표가 붙었다.
2003년 재정경제부(현 재정부) 국제금융국장 시절 투기세력에 의한 환율 하락(원화 가치 상승)을 막아내겠다며 시장과의 일전을 벌이다 거액의 손실이 발생, 이에 책임지고 이듬해 7월 세계은행 상임이사로 떠났다.
‘최틀러(최중경+히틀러)’란 별명도 이때 생겨났다.
2008년 3월 강만수 전 장관과 함께 재정부 1차관으로 과천청사에 화려하게 복귀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이때도 고(高)환율 정책이 문제가 됐고, ‘대리 경질’ 논란 속에 필리핀 대사로 자리를 옮겨야만 했다.
그런 그가 경제수석을 맡으면서 달라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틀러란 별명에 대해 “이제는 신경쓰지 않는다”며 초연함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 경제수석 시절 일절 외부 노출을 삼간 채 참모로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했다.
또 여러 번 인생의 부침을 겪은데다, 강성으로 알려져 있지만 부하 직원 사이에선 ‘인기 상사’로 꼽힐 만큼 조직 장악력도 뛰어나다.
그의 보스 기질과 애국심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이 그를 잘 알고 있는 후배 관료의 공통된 평가다.
그에게 세 번째 기회가 왔다. 장관이란 명예를 달고 재입성했지만 그의 앞에 놓인 길은 ‘레드카펫’과 거리가 멀다. 울퉁불퉁한 자갈길이다.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적지 않은 상처가 났다. 외환ㆍ금융정책 전문가인 그가 실물경제를 어떻게 지휘할지 관심이다.
터키 원자력발전 수주 경쟁, 유가 등 원자재 가격 급등 등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하다. 둔화세에 접어든 수출경기, 심각해지고 있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 문제 등도 풀어야 할 숙제다.
‘강만수의 사람’이란 꼬리표도 부담이다. ‘왕차관’으로 불리는 박영준 지경부 2차관과의 조화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최 신임 장관이 지경부를 맡으면서 지금까지의 과오를 날려버릴 기회로 만들 수 있을지는 그의 선택과 노력에 달린 셈이다.
<김형곤ㆍ조현숙 기자 @kimhg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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