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7전경대 사건으로 불거진 전의경의 구타ㆍ가혹행위는 서울과 경기, 대전, 충남 등 광범위한 지역에서 고질적으로 발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이 부대 전입 6개월 미만의 전의경 2600명을 상대로 서면조사를 벌인 결과 26일 저녁 9시까지 모두 190명이 구타나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신고했다. 경찰청은 27일 오후도 신고를 받았다.
경찰청은 서울과 경기, 인천 등 5개 지방경찰청을 상대로 특별점검을 벌여 비밀 보장을 조건으로 후임병에 대한 선임병들의 구타나 가혹행위가 있었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190명이 선임병으로부터 구타ㆍ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알려왔다. 경찰은 신고 내용을 토대로 사실 관계를 조사한 후 구타ㆍ가혹행위가 사실로 밝혀지면 가해자를 처벌하고, 부대 지휘 요원도 전의경 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 징계 또는 형사 입건할 계획이다.
후임병에 대한 가혹행위가 조직적으로 이뤄진 부대는 바로 해체할 방침이다. 27일은 아직 소원수리를 하지 않은 11개 지방경찰청에서 피해 신고를 받아 구타ㆍ가혹행위 피해 건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전의경의 가혹행위는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진정사건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고질적인 병폐로 확인됐다. 이날 인권위에 따르면 이모씨는 2008년 울산지방경찰청 경비교통과 교통안전계 의경으로 근무하다 선임의경대원에 의해 수십 차례 폭언과 기합, 구타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 당시 부대는 이씨가 조직생활에 적응을 못하고 업무 숙련도가 떨어진다며 이씨의 책임으로 몰아갔지만, 복무관리와 감독책임자인 교통과장과 계장 등은 가혹행위를 4개월 동안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방치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1월에는 경북 울진의 한 경찰서에서 근무하던 김모씨가 깍지 끼고 ‘엎드려뻗쳐’를 한 상태에서 폭행을 당해 갈비뼈가 부러지고 비장이 파열되는 상해를 입고 입원치료를 받았다. 김씨는 전입한 직후부터 선임 전경대원들로부터 폭행과 성희롱, 가혹행위를 지속적으로 받아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전경관리담당 경찰관은 김씨의 피해 사실을 가족들에게 늦게 알리기까지해 이를 은폐하려 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문제는 이같은 행위가 영내에서 알려지더라도 관리책임자에게 책임을 묻거나 관련자를 엄중 처벌하기보다 내부적으로 무마하려는 경향이 강해 가혹행위를 근절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알려지지 않은 가혹행위가 밝혀질 경우 그 파장은 가공할 만할 것”이라며 “조직의 특수성만 내세우며 이를 쉬쉬하는 것은 문제를 더 키울 뿐이다”고 말했다.
경찰은 전의경 부대의 고질적인 가혹행위를 뿌리뽑기 위해 연일 특단의 조치를 계속하고 있다. 경찰청은 강원지방경찰청 소속 307전경대의 구타ㆍ가혹행위와 관련해 전경대장 등 5명을 직무유기로 파면 또는 해임하고 형사책임까지 묻기로 했다. 이들은 부대에 전입한지 2개월이 채 안된 이경 6명이 상습적으로 구타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렸는데도 강원청에 보고하지 않고 사건을 덮으려고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후임병을 구타해온 선임병 12명을 형사처벌하는데 이어 경관급 지휘관 5명까지 책임을 묻는 것은 구타ㆍ가혹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는 전언이다. 경찰은 옥도근 강원청장과 307전경대가 소속된 원주경찰서의 김정섭 서장에 대해서도 구두경고하기로 했다.
<신소연ㆍ도현정ㆍ이태형 기자@booung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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