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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집트 시위 격화 6명 사망…아랍국가 세습 반발 고조
튀니지에서 촉발된 반(反) 독재 움직임이 인근 이집트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시위 이틀째인 26일 이집트에서 시위가 격화되면서 6명이 죽고 860여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이집트 정권과 우호적인 관계였던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는 이집트 정부의 강경 진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위대의 격렬한 반발 배경에는 장기 독재에 대한 염증 뿐만 아니라 세습에 대한 거부감이 자리잡고 있어 세습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아랍국가들까지 시위가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위 격화, 장기화 될 듯=이집트의 시위대는 30년간 집권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과 물가 안정 및 실업 대책을 요구하며 길거리로 나섰다. 시위대는 수도 카이로는 물론 수에즈 등에서 경찰과 격렬하게 대치했다. 경찰은 최루탄, 고무탄을 쏘는 한편 곤봉을 휘두르며 시위대 해산을 시도했지만 시위대는 돌과 화염병으로 맞섰다. 이틀 간 시위에서 사망자는 6명으로 늘고 부상자는 수십명 발생했다.

이집트 정부는 시위대가 활용한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SNS)을 차단하며 방어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시위를 주도하는 야당과 ‘4월 6일 운동’ 등 청년단체는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AP통신은 경찰의 무자비함, 식품 가격 폭등, 정권 부패,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갈등 등이 시위의 복합적인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집트 국민의 40%는 하루 2달러 이하를 갖고 생활할 정도로 빈곤을 겪고 있다.

이집트 국민들의 분노가 날이 갈수록 거세지자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우리는 언론의 자유, 집회 시위의 자유를 포함한 이집트 국민의 보편적 권리를 지지한다”며 시위대의 편을 들었다.

이런 가운데 이집트 민주화 운동의 기수로 떠오른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27일 이집트로 귀국할 예정이어서 그의 역할에 관심이 모아진다.

▶중동 독재국 세습에 불똥?=한편 26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집트 시위대의 목적은 무바라크의 30년 독재를 끝내는 것 뿐만 아니라 후계자로 거론되는 그의 아들 가말까지 끌어내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튀니지 ‘재스민 혁명’ 이후 아랍 국가들로 퍼지고 있는 저항의 불길 앞에 세습이 개혁의 가장 큰 방해물로 꼽히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집트에서는 오는 9월 대선을 앞두고 47세인 가말이 집권 국민민주당의 후보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아랍국가에서 세습은 보기드문 일이 아니다. 믿을 것은 가족 뿐이라는 생각과 아랍국가들의 정치 안정을 원하는 서방 세계의 묵인 아래 아랍 지도자들은 무덤에서까지 통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죽은 하페즈 알 아사드 전 시리아 대통령도 2000년 당시 34세였던 아들 바사르에게 정권을 물려줬다.

무바라크보다 더 오랫동안 집권하고 있는 알리 압둘라 사레 예멘 대통령도 특수부대 대장인 아들 아흐메드에게 권력을 물려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예멘에서도 독재와 세습을 중단하라는 시위가 벌어졌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최고지도자는 아예 두아들에게 후계 경쟁을 시키고 있다. 한때 차남 세이프 알 이슬람(39)이 부상했지만 최근에는 동생 무타심이 떠오르고 있다.

비록 국민들은 세습에 반대하고 있지만 아랍국가의 후계자들은 대체로 젊고 새로운 이미지로 개혁 성향의 엘리트들의 지지를 받고 있기도 하다. 리비아 개혁의 기수로 꼽히는 세이프 알 이슬람의 경우 리비아와 거래를 원하는 외국 기업인들이 가장 대화를 원하는 상대로 꼽힌다. 그는 카다피에게 대량살상무기에 대해 비판하고 리비아가 국제 무대에 진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말 역시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제 개혁을 추구하는 인물로 집권당 내 젊은층으로부터 지지를 얻고 있다. 하지만 집권당이 만약 가말을 대선 후보로 내세우면 시위대를 더 자극하게 될 것이라고 FT는 지적했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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