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공항 자폭테러 배후 속속 윤곽
체첸 ‘검은 과부’지목메드베데프·푸틴 등
“복수는 불가피” 거듭 강조
“이주노동자 진입 차단하라”
소수민족에 무차별 폭력
민족갈등 또다시 폭발
200여명의 사상자를 낸 러시아 모스크바 도모데도보 국제공항 자살폭탄 테러 이틀째인 25일 수사당국은 테러범 신원확인 및 배후세력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당국이 북(北)캅카스 지역 분리ㆍ독립주의자를 배후로 지목하는 가운데 이날 모스크바에서는 “이주 노동자의 진입을 차단하라”는 극우 민족주의 집단의 시위가 일어나는 등 러시아에서 민족 갈등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배후세력 수사 총력=러시아 국영방송인 NTV는 이날 자폭 테러 용의자로 추정되는 30대 아랍계 남성의 시신 일부(머리) 사진을 공개했다. 보안당국은 목격자들의 증언과 공항 폐쇄회로TV(CCTV) 등에 근거해 이 남성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있으며 DNA 검사를 통해 신원확인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당국은 체첸 공화국에서 온 3명의 공범이 더 있는 것으로 보고 이들을 추적 중이다. 체첸의 여성 테러단체 ‘검은 과부(Black Widows)’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는 단서도 속속 포착되고 있다. 목격자는 검은 옷을 입은 젊은 여성이 현장에 있었으며 이 여성 옆에 있던 가방에서 폭발이 발생했다고 사고 조사팀에 증언했다.
▶민족 갈등으로 인한 정국 불안 확산=이날 모스크바 시내에서는 극우 민족주의자들이 소수민족의 이주를 반대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이주 노동자들을 “테러리스트의 온상”이라 부르며 테러범 처벌에 있어 소수민족들의 연대책임을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이들 극우 민족주의 집단은 모스크바 지하철역 등에서 소수민족에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 이번 테러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후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조직이 “모스크바에 억압당하는 민족들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천명한 바 있다. 일부 언론들은 보안당국을 인용해 이번 테러에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조직이 개입했다는 정보가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처럼 러시아 심장부에서 민족 갈등이 고조되면서 시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싱크탱크인 카네기 모스크바 센터의 알렉세이 말라센코는 “이번 테러는 캅카스의 사회경제적ㆍ정치적 문제를 풀지 못한 러시아 정책이 명백하게 실패한 결과”라고 말했다. 캅카스 반군이 올해 의회 선거기간 동안 경제 관련 시설물 테러를 시도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2012년 러시아 대선까지 정국 불안이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러 지도부 “공항 테러 응징” 한목소리=이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이번 테러의 배후를 색출해 처벌할 것을 다짐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날 연방보안국(FSB) 확대 간부회의에서 “이번 범죄를 저지른 자들을 색출해 재판정에 세우고 비적 떼의 소굴을 제거해야 한다”면서 “저항하는 자들은 현장에서 괴멸시키라”고 지시했다. 푸틴 총리도 이날 내각 간부회의에서 “범죄의 진상이 드러날 것이란 점을 의심치 않으며 복수는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푸틴 총리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날 직접 병원을 찾아 부상자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