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이 보고 싶어도 올 설에는 참아주세요”
구제역 청정지역을 사수하던 경남지역 방역망에 비상이 걸림에 따라 지역 축산농가들이 다가올 설날 귀성길을 자제해 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23일 구제역 의심 신고가 접수된 김해시 주촌면 양돈농가 두 곳의 검사 결과 ‘양성’ 판정이 나오자 인근 경남지역 축산농가들의 긴장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구제역 방역에 비상이 걸린 김해시 방역당국과 양돈농가에서는 공무원과 군인 등 100여명과 건설장비와 덤프트럭 등 20여대를 투입해 구제역 양성 판정을 받은 김해시 주촌면 양돈농가와 반경 500m이내에 있는 8농가에서 사육되는 돼지 1만4천마리를 살처분했다. 또한 백신 접종을 조기에 마무리하기 위해 가능인력을 모두 동원해 구제역 차단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비상이 걸린 김해지역 양돈ㆍ축산 농가들은 다가올 설날 가족들의 귀성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대단지 한우 농가가 집중해 있는 경남 고성군은 향우회원들에게 설 연휴 귀성 자제를 당부하는 서한문을 발송했다. 고성군은 최근 향우회 임원 600명에게 이학렬 군수 명의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서한을 발송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군수는 서한문에서 “현재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가 우리나라 축산업을 크게 위협하고 있지만 다행히 아직 고성에는 전파되지 않았다”며 “향우회원들은 이번 설에 고향방문을 가급적 자제하고, 부득이 방문할 때에는 축산농가와 접촉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고성군은 구제역 예방을 위해 지역내 3000여 축산농가에서 사육하고 있는 한우 2만7000마리, 젖소 3000마리, 돼지 7000마리 등에 대한 백신 접종을 완료했으며, 외부와 연결되는 길목에 5개의 통제 초소를 운영하며 방역 활동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경남 거창군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다. 이홍기 거창군수는 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을 올려 대통령이 직접 국민들에게 이번 설 귀향을 중단하도록 호소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경북과 맞닿은 경남 합천군에서도 친지ㆍ자녀들한테 고향에 오지 말라고 절박하게 요청했다. 경남도는 재경 향우회와 공무원 전체를 대상으로 올 설 연휴 고향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호소문을 보냈다. 제주지역의 축산생산자단체들은 지난 21일 지역 일간지 광고를 통해 “귀성객들이 제주를 찾는 것을 삼가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경남도 내 다른 시ㆍ군들도 각종 행사를 취소한 데 이어 순환수렵장ㆍ눈썰매장 운영을 중단하고 체육시설과 등산로를 폐쇄하는 등 구제역 예방에 전력을 쏟고 있다.
<윤정희 기자 @cgnhee>cgn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