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을 마련하려고 남의 물건에 손을 댄 대학생을 조사하던 경찰관이 절도범의 안타까운 인생사에 눈시울을 붉혔다.
24일 전주 덕진경찰서에 따르면, 대학생 이 모(19)군은 지난해 8월 전주시 인후동의 한 서점에서 영어문법책과 단어집 등 3만원 상당의 책을 훔쳤고 최근까지 마트에서 점퍼 등 78만원 상당의 물건을 훔쳤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조사를 맡은 경찰관은 기초생활수급자인 이군이 낮에는 대학생으로 공부하고 밤에는 공단에서 일하면서 등록금을 번 사실을 알게 됐다.
의지할 곳 없던 이군에게 세상은 냉혹했다. 물불 안 가리고 돈을 벌었지만 수입가운데 생활비를 제외하면 등록금은 도저히 충당할 수 없었다.
이군은 결국 이혼 후 당뇨병을 앓던 어머니가 최근 우울증까지 겹치자 병원비와 등록금을 대려고 남의 물건에 손을 댔다. 등록금 마감일은 다가오고 생활고에 시달리던 그는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을 하게 된 것이다.
이군은 영어를 공부하려고 책을 훔쳤고 점퍼도 혹한을 견디는데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군은 경찰 조사에서 “꼭 공부를 하고 싶었는데 돈이 없어 등록금을 마련하려고 물건을 훔쳤다”며 “되돌아 봐도 도무지 용서가 안되는 죄이기에 피해를 본 분들께 죄를 어찌 빌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연방 눈물을 흘렸다.
경찰 관계자는 “초범인 이군이 진심으로 뉘우쳐 불구속 입건했다. 조사를 하면서 이군의 불행한 인생사에 눈시울을 붉혔는데 이군이 앞으로 꿈을 잃지 않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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