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심각한 수준으로 치달았던 전력난을 교훈 삼아 정부가 전기, 가스, 지역난방 등 에너지 가격 구조 왜곡 문제를 대대적으로 손질하기로 했다. 전기 사용에 따라 붙는 보조금이나 요금 혜택을 차례로 없애 결국은 요금 인상이 된다는 소리다.
지식경제부는 최근 ‘냉난방 방식의 최적화 방안’ 용역 연구 보고서를 제출 받아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지경부의 의뢰를 받아 이 보고서를 작성한 전력산업연구회는 에너지원별 가격 구조 왜곡을 전력난의 최대 원인으로 지목했다.
지난 2004년 가격을 100으로 할 때 2009년 도시가스와 등유 가격은 2009년 45% 인상됐지만 전기는 13% 상승에 그쳤다. 가스나 석유에 비해 전력에 대한 체감 비용이 낮다보니 자연스레 소비가 늘었다. 에너지원별 소비량 추이를 살펴보면 2004년을 100으로 봤을 때 등유는 55% 감소했지만 도시가스는 28%, 전기는 39% 각각 증가했다. 보고서는 “최근 동계 기온 저하와 타에너지 요금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요금으로 인해 전기를 활용한 난방기기의 보급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특히 시스템에어컨 및 전기장판의 보급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전력산업연구회는 용역 보고서에서 “에너지 가격체계의 정상화를 위한 에너지 가격정책 및 규제체계 개선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정책과제”라면서 ▷전기요금 현실화 ▷통합형 에너지 수요관리체계 구축 ▷저효율 전열기기 퇴출 ▷가스 냉난방기기의 보급 확대 ▷동계 부하관리의 본격 시행 등을 주문했다.
무엇보다 전기요금에 관한 의견이 가장 눈에 띈다. 용역 보고서는 “전기와 타 에너지원과의 소비자가격을 비교해 보면 고급에너지인 전기의 상대적 요금이 너무 낮아 전기를 활용한 냉난방기기의 보급과 전기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면서 “냉난방 열원의 적정 구성과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을 위해서는 지나치게 낮은 전기요금을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행 여름철의 86%에 불과한 겨울철 전기요금을 상향 조정해야한다는 주장도 추가됐다.
전력산업연구회는 보고서를 통해 “냉난방 방식의 최적 구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 에너지원별 상대가격의 정상화를 우선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면서 “냉난방 기기 수요자들이 시장원리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에너지원별 가격체계를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 용역 보고서는 정책 시행에 앞서 전문가 의견을 듣기 위해 작성된다. 전기요금에 대한 정부 정책 방향은 ‘인상’ 쪽으로 틀이 잡혔다는 분석이다. 이번 겨울 최악으로 치달은 전력난이 정부 내 전기요금 현실화 논의에 불을 붙였다. 지경부는 오는 7월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 내년 전압별 전기요금제 시행을 계획하고 있다. 물가 불안으로 정부가 올 상반기 공공요금 동결을 선언한 상태지만, 중장기적으로 전기요금 인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현숙 기자 @oreilleneu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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