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3박4일 방미일정을 마치고 22일 오후 귀국한 가운데 중국 언론들은 이번 방미의 가장 큰 성과로 ‘미래’를 꼽고 있다. 외견상 중국이 미국에 450억달러 어치의 수입 패키지를 내밀고도 환율 및 인권 등의 압박을 받는 ‘손해보는 장사’로 보이지만, 대내외적인 상황을 따져보면 사사건건 대립하던 미ㆍ중 관계를 ‘대화와 협력’으로 돌려 명실상부한 G2(주요 2개국)로 부상하기위한 미래의 여건을 다졌다는 평가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는 “후 주석이 이번 방미를 통해 중ㆍ미 동반협력의 새 국면을 열었다”는 양제츠 외교부장의 평가를 게재하면서 후 주석이 방미 기간에 미국 학생들과의 대화에서도 중ㆍ미관계의 새로운 미래를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후 주석의 방미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으며, 세계 주요언론이 역사적으로 의미가 매우 큰 외교행사였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전했다. 중국 언론들은 특히 미ㆍ중 양국이 미국과 대등한 입장에 오른 중국의 모습을 묘사하는 데 집중했다.
대외적으로 중국은 지난해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와 위안화 절상 압박 공방, 천안함 사태, 남중국해 영토분쟁 등과 관련해 사사건건 미국과 대립하면서 외교ㆍ안보적인 위협을 느껴야 했다. 따라서 후 주석이 이번에 미ㆍ중관계를 개선한 것은 가장 절실한 숙제를 풀어낸 것이란 지적이다. 대내적으로는 집권을 1년여 앞둔 후 주석이 평화적 권력이양과 업적쌓기 일환으로 이미지 제고를 위해 이번 미국 국빈 방문을 이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방미 이후 중국이 북한 및 이란 핵문제, 기후변화, 핵안보 강화, 해적행위 소탕 등 광범위한 국제 이슈에서 광범위한 협력을 약속함에 따라 미ㆍ중 공조를 통한 국제 이슈 해결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중국이 이례적으로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히고 나서는 ‘진일보한’ 제스처를 보여줌으로써 방미기간에 남ㆍ북 간 군사고위급 회담 제의와 수용으로 이어지는 등 북핵 논의 가속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중국이 미국과 더불어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공약인 핵 비확산국제체제 강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종국에는 핵무기없는 세상을 실현하기위해 노력하자고 다짐하고 나선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으로, 향후 미중 양국의 핵 비확산 공조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변화협약 논의 진전의 장애물 격인 미ㆍ중 양국이 덴마크 코펜하겐과 멕시코 칸쿤 기후변화회의에서 구축된 진전을 토대로 서로 긴밀히 협력하기로 한 점도 주목된다.
대만문제의 경우 미중 양국이 기존 입장을 확인하는 선에서 그쳤으나 미국이 당분간은 대만에의 무기판매를 강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이로 인한 갈등도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 앉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중국이 공동성명에 지난 2009년 11월 베이징(北京) 정상회담 때처럼 “핵심이익(Core Interest) 존중” 표현 삽입을 고집하지 않아 그로 인한 갈등도 잠잠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