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는 전원에 세컨드하우스를 소망하는 소박한 도시민의 꿈이요. 또 하나는 노후대책자금이나 종자돈을 불리기 위해 고민하는 도시민의 재테크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다.
기획부동산의 광고문구나 텔레마케터들의 설명을 들어보면, 자신들이 파는 땅 주변은 개발호재가 풍부하고 입지 또한 뛰어나며 가격은 저렴하다. 당연히 지금 사두면 나중에 전원생활을 해도 좋고, 아니면 되팔아 높은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고 열을 올린다.
그런데 일반 실수요자 및 투자자들은 기획부동산과 정상적인 분양업체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 정상적인 전원주택단지 분양업체라도 언제든지 기획부동산으로 돌변할 수 있다. 즉 토지분양 기획 단계부터 도시민의 주머니를 털겠다고 준비하는 기획부동산도 있지만, 분양 도중 의도와는 달리 분양 실패로 인해 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결과적으로 기획부동산으로 전락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토지를 분할해서 파는 회사가 ‘기획부동산’인지, 아니면 ‘정상적인 회사’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소비자의 몫이다. 문제는 이 판단을 내리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기획부동산은 정확히 말하면 부동산중개업체가 아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걸고 영업하는 회사는 아니란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기획부동산은 토지를 매매하는데 있어 공인중개사처럼 법적인 책임을 지지는 않는다. 분양받은 사람과 기획부동산은 매수자와 매도자의 관계다.
기획부동산의 주 타깃은 투자금액이 2천만~5천만 원 정도인 소액 투자자이다. 기획부동산은 큰 덩어리의 땅을 사들여, 주로 150~500평 내외로 분할해서 판다. 매수하기에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기획부동산의 특징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먼저 이들은 주변 개발계획 등 정확하지 않은 정보라도 호재인양 마구 부풀린다. 이 때 주변의 개발 청사진과 이에 관련된 신문기사 등을 분양광고 및 설명자료로 활용한다.
이들은 또 광고문구나 브리핑을 하면서 ‘토지를 분할하고 개별등기를 해 소유권 이전을 해준다’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 사실 토지를 매도하면 소유권 이전은 당연한 일인데도 말이다.
기획부동산은 토지를 분양하면서 분할을 할 수만 있다면 분할해 개별등기를 해준다. 하지만 토지분할이 제대로 안되면 일단 공유지분일지라도 소유권 이전 절차를 밟는다. 그래야 나중에 빠져나갈 구멍이 생기기 때문이다. 소유권 이전을 해줬다면 더 이상 책임질 일이 없다고 손을 턴다.
사실 땅 매매라는 게 공식적인 가격이 매겨진 것이 아니라서 매도자와 매수자가 합의하에 계약을 했다면 이를 법적으로 뒤집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계약 당시 단지를 개발하겠다는 약속은 소유권 이전을 해준 후에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개발을 언제까지 완료하겠다’는 문구를 계약서상에 명시했어도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면서 시간을 지연하거나 개발을 진행하지 않아도 법적으로 걸기가 여의치 않다. 특히 부도를 내고 회사를 없애버리면 답은 없게 된다.
기획부동산들은 또 소유권 이전을 담당하는 책임 법무사나 변호사의 실명을 밝혀 신뢰도를 포장한다. 그러나 정작 사고가 나면 법무사나 변호사는 분양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 법무사나 변호사는 소유권 이전에 관한 절차를 대행하고 수수료를 챙기는 사람이지 택지개발을 책임지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 기획부동산이 팔고 있는 땅이 과연 정상적인 땅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가려낼 수 있을까.
사실 현행법 상 기획부동산들이 분할 등기해 준다며 팔고 있는 땅들은 모두 개발행위 허가를 받아야 가능하다. 따라서 이들의 땅이 정상적인 택지개발을 하고 있는 것이라면 광고에 나온 필지가 개발행위 허가를 받았는지 시·군에 문의하면 된다.
개발행위 허가를 받으려면 대상 토지가 모두 회사 소유여야 하며, 개발 목적이 정확하게 명시돼 있어야 한다. 농지인 경우는 농지보전부담금을, 산림인 경우는 대체산림조성비를 납부해야 한다. 전원주택개발업자는 자본금 요건도 갖춰야 한다.
기획부동산들은 가분할(지적도상의 분할이 아니라 분할 예상도)만 해놓고는 마치 분할을 한 것처럼 속이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개발행위허가 없이 일반적 방법으로는 토지분할을 통한 소유권 이전이 안 되므로, 일단 분양받은 사람들에게 공유지분으로 소유권 이전을 해놓고 법원 소송을 통해 토지분할을 해주기도 한다. 이는 일명 ‘폭탄분할’이라고 하는데, 이 방법도 이제는 법원에서 잘 통하지 않는다.
실수요자나 투자자들은 기획부동산들이 분양하는 땅이 연접개발 제한에 걸리지는지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연접개발 제한이란 주로 비도시 지역에서 개발행위 허가를 받은 곳의 면적이 일정 규모를 넘어서면 인접한 땅의 추가 개발을 규제하는 것이다.
이 연접개발 제한제도가 2011년 3월1일부터 폐지된다. 하지만 이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령이 개정되는 것이고, 산지법에 따른 산지(임야)에 대한 연접개발 제한은 현행대로 유지된다. 만약 기획부동산들이 임야를 쪼개 팔면서 연접개발제한이 폐지돼 인근 개발과 무관하다고 설명한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또한 이번에 폐지되는 국토계획법상 연접개발 제한 규정은 경과 조치를 둬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최장 2년간 이 규제 완화를 유보할 수 있도록 했다. 지자체에 따라서는 오는 2013년까지 계속 규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헤럴드경제 객원기자,전원&토지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