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처분 중심 방역 한계노출
청정국 유지 得보다 失
李대통령 “백신활용” 강조
정부 방역 스탠스 변화감지
구제역 피해가 사상 초유의 수준으로 확대되면서 정부의 방역 스탠스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살처분정책 중심의 ‘구제역 청정국’ 입장을 고수하기보다는 상황에 맞게 살처분과 백신접종을 병행하는 형태의 ‘백신접종 청정국’으로의 방역체계로 사실상 변경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16일 강원도 횡성 구제역 방역 현장을 찾은 이명박 대통령은 “앞으로는 백신을 활용해 살처분을 거의 제로에 가깝도록 최소화하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살처분 우선 위주의 현 방역정책이 비용과 효율성, 중국ㆍ동남아 등과의 인접으로 인한 상시 발병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했을 때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이에 앞서 이재오 특임장관도 영양의 방역현장을 찾아 “백신접종이면 몇백억원에 할 수 있는데, 살처분 정책을 고집하면서 1조3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돈이 들어가고 있다”면서 “무조건적 500m 내 살처분을 벗어나 지형과 지물, 현지 사정을 고려한 자치단체장의 판단에 맡겨 한 마리라도 덜 묻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2000년 들어 지난해까지 발생한 구제역에서 선제적인 살처분으로 효과를 봐왔다.
하지만 이번 구제역으로 전국이 초토화하면서 확산 시 경제적 피해가 막대해지는 살처분 중심 방역의 한계가 드러났다.
그간에는 박탈 시 축산물 수출길이 막히고 비청정국의 수입 압력이 높아진다는 이유로 청정국 지위에 방역의 방점이 찍혀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축산 수출이 연평균 300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는 점, 국내 축산물의 경쟁력을 감안하면 비청정국산 수입육의 국내 시장 잠식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점 등에서 ‘청정국 지위’ 유지에 매몰되지 말자는 견해도 상당수다.
‘백신접종 청정국’으로 방역정책을 바꿀 경우 백신접종 후 구제역이 발생하면 지금의 반경 500m 내 무조건적 살처분 대신 구제역에 걸린 가축만 살처분하면 된다.
유정복 농식품부 장관도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할 수 있다면 백신을 쓰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면서도 “현재는 사실상 백신정책 기조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향후 구제역이 발생하면 무조건 백신접종을 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이전보다는 좀더 적극적으로 백신정책을 쓰는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홍승완 기자/sw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