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안의 가장 큰 특징은 농협으로 대변되는 정부 역할이 대폭확대 되는 데 있다.
정부안대로 추진될 경우 농협은 2015년부터 전체 채소류의 ‘절반’을 계약재배하고 농수산물 직거래의 20%를 책임지게 된다. 유통비용 절감과 수급안정 도모라는 농협 본연의 역할이 강화된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하지만, 다른 나라에서 비근한 예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농협의 비중이 커진다는 점에서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런 면에서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농협법 개정안이 언제, 어떤 형태로 통과될지가 중요한 변수다. 당정이 설연휴 후 개정안 처리를 1순위 과제로 선정한 상태지만 통과가 지연될 경우 유통구조 개선 역시 더뎌질 수 있다.
법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새롭게 출범할 농협의 경제지주회사의 예산과 전략이 얼마나 뒷받침 되느냐도 중요하다. 대폭 늘어나게 되는 계약재배와 직거래등을 감내할 수 있을 만큼 농협의 관련 자본과 인력을 확충하거나 조정할지가 주목된다.
익명의 민간 농정 전문가는 “농협을 생산자중심 기관으로 전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경제사업 분야에서 만성적자를 내고 있는 농협이 추가적인 부담을 떠안고 수익성도 재고하는 ‘윈-윈’ 구조를 짤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고 봤다.
그간 ‘알고도 손을 못대던’ 유통단계 개선에 본격적으로 메스를 가하기로 한 것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산지유통인의 반발을 어떻게 최소화하느냐는 고민해볼 부분이다. .
2009년으로 도매시장에 등록된 산지유통인은 4382명이지만, 도매시장에 직접 출하하지 않는 비등록 산지유통인을 포함하면 1만2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안 대로라면 산지유통인의 상당수가 통합되고 구조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법인화와 계열화를 통해 이들을 제도권으로 편입시킨다는 복안이지만, 이들이 얼마나 정부안에 호응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가격조정제 도입 등을 통한 도매방식의 개선도 꾸준히 논의되어온 부분이다.
다만 수급에 의한 도매가의 상승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것을 두고 시장유통주체들의 일부 반발이 예상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주식시장에서도 투기적 수요로 인한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 상승폭을 제한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선진국에서는 가격제한폭을 설정하는 것이 오히려 가격왜곡을 가져온다는 것이 정설이다.
전반적으로는 정부가 수급조절과 가격안정에 중심을 두고 민간의 역할을 상당폭 축소시키는 방향이다.
일례로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계약재배에 참여하지 않는 농가에 대해서는 정책자금 지원을 축소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관측하에 일사분란한 농정을 반들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미국, 유럽 등 농업대국과의 FTA가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민간의 선택과 역할의 폭이 줄어드는 것이 국내 농업의 경쟁력과 자생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우려도 있다.
<홍승완 기자 @Redswa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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