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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인호의 전원별곡]제1부 땅 구하기-(26)기획부동산 해부, 그들은 누구인가
요즘은 좀 뜸한 편이지만 나에게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하는 ‘아줌마’들이 있다.

“어디에 좋은 땅이 나왔으니 빨리 투자해라, 언제까지 월급에만 의존해 살 거냐, 애들 교육과 노후 대비를 위해 땅 투자해서 대박 터뜨려라.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이른바 기획부동산 텔레마케터 들이다.

그렇다면 기획부동산, 그들은 누구이며 왜 나쁘다고 할까?

사실 기획부동산이란 말 자체는 나쁜 의미가 없다. 말 그대로 토지 건물 등을 어떤 식으로 개발하겠다는 기획을 해서 분양하는 회사다. 보통은 넓은 토지(주로 임야)를 헐값에 사들여서 작게 쪼개 투자자에게 비싸게 팔아넘기는 회사로 인식되어 있다. 사기꾼, 투기꾼 등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다.

이들은 자기들이 확보해 놓은 땅을 주로 텔레마케터나 영업직원들을 통해 아는 사람들에게 떠넘기거나, 인명부 등을 활용해 불특정 다수에게 무차별적인 영업활동을 펼친다. 후자를 속칭 ‘114판매’라고 한다. 규모가 있는 기획부동산들은 사세를 과시하고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신문광고나 인터넷 광고를 하기도 한다.

기획부동산은 먼저 지주와 작업조건을 맞춘 후 땅 판매를 시작한다. 우선 토지 매매대금의 일부를 주고 일단 회사로 소유권을 넘겨오거나, 아니면 지주와 계약을 한 후 소유권 이전은 하지 않고 기간을 두고 분양대금이 들어오는 대로 일정금액을 정산한다. 

문제는 기획부동산들이 땅을 쪼개 팔면서 엄청난 폭리를 취한다는 것. 투자자에게 파는 평당 가격은 애초의 땅값에다 각종 비용과 자신들의 엄청난 이윤을 더해서 책정한다.

각종 비용은 작은 것부터 큰 것 까지 수십 가지에 이른다. 월급과 수당만 하더라도 10여가지나 된다. 현지 땅 작업자(일명 찍새), 답사담당, 판매원, 팀장, 실장, 임원(상무, 전무), 사장(총책, 문제발생시 처리), 회장(혹은 전주)이 월급 외에도 이런저런 수당을 챙긴다. 판매율 높이기 위해 현금이나 금, 자동차 등 특별수당을 지급하기도 한다. 회장 마진은 이들 세계에선 아예 국가기밀(?)로 통한다.

사무실 임대료와 각종 집기비용, 그리고 답사 차량(에쿠스, 그랜저) 등은 모두 임대해 사용한다. 벌떼식 텔레마케킹을 벌이다 보니 전화사용료도 막대하다. 여기에 토지 분할 비용(속칭 ‘칼질’), 등기비용도 상당하다.

이들은 사세를 과시하며 물건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신문 등에 광고를 내고, 관계 페이퍼 컴퍼니를 운영하며, 심지어 고급정보를 빼온다는 명목으로 정치인 후원회비도 책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지출비용이 엄청나기에 기획부동산은 실제 땅 매입가격의 최소 3~4배, 많게는 10배 이상 폭리를 취한다. 그래서 이들은 값 싸고 규모가 큰 임야를 주로 개발한다.

땅 주인과의 매매대금 정산은 중도금을 치르고 회사 앞으로 등기 이전하거나, 땅 주인이 협조적이면 모든 물건을 매각한 후 잔금을 지급한다.

기획부동산이 쪼개 판 땅의 개별 등기가 늦어지는 이유는 이처럼 그들이 작업한 땅이 거의 다 팔려야 땅 주인에게 잔금을 치를 수 있고, 그래야 소유권 이전에 따른 개별 토지분할 작업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기획부동산이 개별 투자자들에게 땅을 팔아 넘기는 과정을 보자.

기획부동산은 일단 관심을 갖고 사무실을 찾아온 투자자들에게 현장 방문에 앞서 가계약금을 내라고 한다. 계약을 하지 않으면 다시 돌려준다고 말하지만, 각서를 써주지는 않는다. 가계약금을 내게 되면 기획부동산의 전략에 절반은 말려든 꼴 이다. 실제 현장을 다녀 온 사람은 그 현장이 마음에 들던 안 들던 간에 담당 영업사원과의 관계도 있고, 가계약금도 있어 어쩔 수 없이 계약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현장에 가보면 당연히 의심이 든다. 저 높은 산이 과연 개발이 될수 있을까? 기획부동산은 자기들이 다 개발해준다고 큰 소리 친다. 하지만 계약서에는 언제 착공을 하고 완공한다는 내용이 없다.

이들은 행여 고객이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에 물어볼까봐, “개발정보는 우리만 안다”, “미리 새나가면 높은 가격에 되팔 수 없다”며 계속 연막을 친다. 심지어 규모가 큰 기획부동산은 아예 현지에 부동산중개업소를 사전에 개설해두고 함께 작전을 펴기도 한다.

현장 방문이 끝나면 특정 식당에 고객들을 데리고 간다. 그러면 미리 심어놓은 바람잡이(?)들이 “이쪽 주변으로 땅값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다”면서 계약을 부추긴다.

물론 미심쩍어하는 고객들 대부분은 바로 계약을 하기 보다는 일단 시간을 두고 정식 계약을 하자고 한발 뒤로 뺀다. 하지만 기획부동산은 집요하게 계약을 하자며 물고 늘어진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개발호재를 설명한다. 짧게는 1년 길게는 2~3년은 봐야 오른다고 설득한다. 이어 “땅이 얼마 남지 않았다”, “특별히 회사보유분으로 빼놓은 땅이다”, “지금 계약하지 않으면 기회를 놓친다”며 고객들의 조바심을 유도한다.

또 관청과 협의해 이미 개발을 진행 중이다. 고위 공무원과 협의가 된 사항이다. 진입로, 등기는 문제없다고 거듭 강조한다. 마지막에는 “나중에 저희가 높은 가격에 되팔아드리겠다”고 안심을 시킨다.

그러나 계약을 하게 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기획부동산 직원들은 중도금과 잔금을 앞당겨 내면 할인해준다며 빨리 대금을 납부할 것을 권한다. 회사 운영자금이 필요하기도 하고, 중도금과 잔금을 치르고 나면 계약자가 빠져나갈 확률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약한지 3개월이 지났는데 개별 등기를 안 해주고 공동지분으로 남는 경우가 많다. 계약한지 1년이 지났어도 도로공사는 커녕 감감 무소식이다. 이를 의아하게 여긴 투자자들이 회사로 확인해 오면 여러 가지 협의가 진행되고 있어 늦어지고 있다고 둘러댄다. 이런 기획부동산은 짧게는 6개월, 길면 1~2년 만에 문을 닫고 다른 곳으로 옮긴다. 그러면 고객들은 허공에 붕 떠버리게 된다. 어디에 하소연할 곳도 없다.

결론적으로 기획부동산이 파는 땅은 가급적 쳐다보지 않는 게 상책이다. 고객에게 수익을 안겨주는 경우도 간혹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리스크가 너무 크다.

이미 기획부동산의 땅을 샀다면 회사가 문을 닫았는지 안 닫았는지, 안 닫았으면 처음 말했던 개발계획은 제대로 진행이 되고 있는지를 수시로 확인한다. 만약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등 대책을 마련한다. 가급적 함께 분양받은 사람들이 공동으로 대응하는 게 그나마 해결방법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

(헤럴드경제 객원기자,전원&토지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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