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코리아 사태 이후 만원버스와 총알택시에 실망한 우리나라 투자자는 차라리 스스로의 힘으로 투자하자며 ‘자전거(직접투자)’를 이용했다. 그러다 2005~2007년 ‘펀드열풍’이 불며 버스(펀드)를 타기 시작했다. 자전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원하는 곳까지 데려다 줬다. 그런데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버스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많은 사람이 타다보니 한꺼번에 위험해질 수 있고, 노선을 돌다보니 속도도 떨어지는 점 등이다.
그래서 선택한 게 택시(랩어카운트)다. 넉넉지 못한 사람이야 불편함을 감수하고 버스를 탈 수밖에 없지만,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은 굳이 다른 사람과 부대끼면서 버스를 탈 이유가 없다. 택시는 한 고객을 위해서만 위해 운행하고, 빠른 속도로 목적지 앞까지 데려다준다.
그런데 문제는 많은 사람이 택시를 이용하다보면 도로가 복잡해진다는 점이다. 넓은 구간이면 다행이지만 병목구간이나 교차로, 궂은 날씨 등을 만나면 교통혼잡을 피할 수 없다. 유동성이 풍부하고 경기가 괜찮을 때는 랩어카운트의 활동도 원활하겠지만, 유동성이 줄어들고 경기가 나빠질 때는 움직임이 둔해질 수밖에 없다.
택시를 탈 때는 안전에도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차는 더 작은 데 운행속도는 더 빠르고, 정해진 노선이 없다보니 그만큼 더 위험할 수 있다. 펀드는 준법감시인 등 자산운용사 내부통제장치가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
그런데 랩어카운트는 투자자문사의 ‘자문’을 받아 투자일임을 받은 증권사가 고객을 대신해 운용하기 때문에 별도로 마련된 내부통제장치가 없다. 투자일임을 맡은 증권사가 제동장치가 돼야 한다. 펀드에 가입할 때는 운용사를 봐야 하지만, 랩어카운트에 가입할 때는 판매사를 더 눈여겨봐야 하는 까닭이다.
운전자도 살펴야 한다. 더 큰 차인 버스를 운전했다고 택시 운전을 더 잘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버스를 잘 운전했더라도 택시를 버스처럼 운전하면 택시답지 않을 수 있다. 고객이 다른 만큼 서비스 마인드도 달라야 한다.
펀드는 시장 대비 초과수익을 목표로 한 포트폴리오 투자가 중요하다. 랩어카운트는 자산배분을 통해 시장수익률과 상관없는 절대수익률을 낼 수 있는 기술이 중요하다.
택시가 편하기는 하지만 때로는 버스를 타야 할 때도 있다. 단거리는 택시가 낫지만 장거리를 이동할 때는 비용이나 시간 모두 버스가 유리하다. 버스전용차로도 이용할 수 있다. 특정 시장 국면에서는 움직임이 가벼운 랩어카운트가 나을 수 있지만, 적립식 투자나 장기 투자를 하는 경우에는 펀드의 장점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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